붉은 물결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4월 23일 우리 집에서


올해도 보내드린 장미는 잘 받으셨나요.
작은 불꽃 모양의 초록 상자에 넣고
가지끝에 얹은 뒤
푸른 잎으로 장식을 해서 보내드렸지요.

보내주신 장미는 잘 받았습니다.
여느 해처럼 약간의 조급증을 앓으며
그 초록 포장을 풀러볼까 욕심이 났었지요.
하지만 때로 기다림의 시간으로 풀러야할 선물이 있다는
당신의 말이 생각났지요.
당신은 또 말했지요.
마치 부화되듯 제 스스로 상자가 열릴 것이라고.
당신의 그 말들을 생각하며
상자를 풀어보고 싶은 유혹을 내내 눌러두었습니다.
마치 꽃에 물주듯 며칠에 한번씩 눈길 주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월의 어느 날, 포장이 열리고,
그 안에서 붉게 일렁이는 물결을 보았습니다.
알 수 있었죠.
당신의 붉은 마음이란 걸.
그 붉은 마음, 샘솟듯 나를 향해 솟구치고 있었죠.
장미가 붉게 피는 5월과 6월,
날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장미가 지고난 7월과 8월,
여전히 날이 뜨거웠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5월 8일 우리 집에서

8 thoughts on “붉은 물결

  1. 초록란을 깨어 붉은 후라이를 하셨군요!
    장미가 더없이 사랑스럽습니다. 마이크로 하나사면 열정이 살아나려나??

    1. 오, 그 치맛단.

      추가해야지.

      당신이 보내준 장미,
      붉은 치맛단 흔들며 나를 위해 춤을 추었습니다.

      (요즘 댓글로 너무 울궈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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