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그릇 이야기 그 속편

Photo by Kim Dong Won


블로그에 올린 반찬 그릇 이야기가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글을 읽고나서 얘기를 나누던 그녀가 한마디 했다.

그녀: 부부라는 게 서로 덮어주면서 살아야 하는 거야.
나를 좀 봐.
많이 덮어주잖아.
반찬 그릇도 덮어주고 말야.

나: 아, 그런 거였어.
몰랐지.
난 부부란 마음을 열어놓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 뭐야.
내가 반찬 그릇 덮지 않고 열어놓은 건 다 그래서야.

반찬 그릇 뚜껑 덮을 때
서로의 허물이 덮이고
반찬 그릇의 뚜껑 열 때
서로의 마음이 열리나니
밥먹을 때마다 우리의 반찬 그릇에 감사할지라.

***이 글의 전편에 해당되는 글
섣부른 판단

21 thoughts on “반찬 그릇 이야기 그 속편

    1. 저희는 던지거나 받기는 안하는데
      가끔 문이 든든한지, 마우스가 든든한지 점검은 해봅니다.
      주로 제가 하는데 생각보다 약하더군요.

  1. 음~ 두분은 반전의 명수들이시군요~ ^^
    그 또한 공유한 오랜 시간과 경험이 바탕이 되는것이겠지요~
    저의 경우는
    쓸데없는 자존심과 고집과 오만함으로 똘똘뭉쳐있는데…
    애정이 식은건지~ 무관심해진건지~ 좀처럼 맘이 안열리네요~
    벽이 갈수록 두터워지는것 같아 답답함다~
    어떤게 옳은건지 판단을 못하겠어요~
    저에게는 어떤 반전이 있을지… ^^;

  2.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군요.
    부부는 열린 마음으로 살지만, 가끔은 덮어주기도하는…
    저희 부부는 1회용 반찬사서 버리기만 합니다. =)

    동원님의 부부스토리를 보고 있으면
    배울 것이 많아서 좋네요.

    저도 갑자기 집사람 사진 찍어지고 싶어졌다는..

    1. 아마도 세상 부부들의 숫자만큼 정답이 있을 거예요.
      그거 찾아서 서로 나누면서 살았으면 하는게 희망이예요.
      이상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두 분 항상 사랑으로 넘치시길.

  3. 하하~ forest 님께서 그녀셨군요 ^^ (여지껏 왜 몰랐담;)

    반찬 뚜껑에 부부의 인생이 담겨져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ㅎㅎ

    너무 아름다우세요!

    1. 말 안해주면 부부인지 잘 알 수 없는 부부인게 확실한 듯 합니다.
      어디 놀러가서 밥먹고 있으면 주변의 반응이 부부인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저 사람들은 도대체 뭐지 하는 눈초리를 보낸다니까요.
      바람피는 족속으로 오해도 많이 받고… 심지어 신혼 여행을 갔을 때 요즘 젊은 것들은 좌우지간 지네 좋으면 같이 놀러다닌다니까 하는 말까지 들었어요.

    2. 보통 어딜가든, 조금 수상하게만 보이면
      ” 저 사람들 불륜같애 ” 라는 말을 잘 하는,

      부끄럽지만 제 옆 사람에게 좀 알려줘야겠습니다;
      (하긴, 좀 어스름한 곳에 분위기가 묘- 하면 오해할 만도
      하지만 말입니다 ^^;;; )

      그 사람들 모두 부부 였다고요 ^^

  4. 한사람은 덮어주고, 한사람은 열어놓고…

    겉으로 보기엔 전혀 반대되던 <다름>인듯 했는데,
    몇걸음만 다가서면 서로가 찡~ 하고 통하는 <같음>이었네요.
    이게 다 부부력인가봐요.

    마음이 담겨있는 사진과 일상의 한토막 보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1. 지금 생각하니 덮다를 너무 허물덮다에 초점을 맞춘 듯 싶기도…
      더 좋은 같이 한이불 덮다고 있는데 말예요. ㅋㅋ

      박대리님도 행복하세요.

  5. 한 마디 끼고 싶은데 글과 글에 깃든 생각이 너무 훌륭하시니…
    댓글 달기 어려워요.
    한 마디 끼어들고 싶은데….뭐라고 하지…
    하면서 왔다 갔다 했다는.

    암튼, 참으로 부러운 부부세요.^^

    1. 아니, 무슨 황송하게 그런 말씀을… 그냥 울고 찌푸리며 살긴 싫어서 웃자고 한 얘기를 가지고… 실제로 이 얘기 주고 받으며 둘이 한참 동안 낄낄대고 웃었어요.
      심지어는 세례라는 것이 물이 무엇인가를 씻어주는 것을 보고 그것을 가져다 “죄를 씻는”의 의식으로 형식화한 것 아니겠냐며 뚜껑 덮고 여는 것도 서로 허물을 덮어주고 마음 여는 의식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네 마네 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나가기 시작했다지요. ㅋㅋ

  6. 우와, 아내의 재치, 번득이는 지혜…
    음식도 잘 하시지요?? ㅎㅎ
    반찬 그릇을 덮을 때와 반찬 그릇을 열때…
    밥 먹을 때마다 다시 생각해 보렵니다…

    1. 서로 덮어주며 마음을 열어놓고 사는 삶이 식탁 위에 있을 줄은 저도 전혀 몰랐었죠.
      하긴 뭐 요즘 시집을 한 권 읽고 있는데… 거기선 “당신이 톡, 깨뜨리기 전에/난 이미 깨질 만큼 깨졌다”라는 구절이 있더라구요. 계란 프라이하기 전에 계란 깨는 장면이었는데 그거보구 프라이에도 실연의 아픔이 있구나 하고 낄낄 대며 웃었지요. 프라이에도 그런 아픔이 있거늘, 식탁에 모든 삶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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