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꼽아보니 벌써 세 해 전의 일이다.
그때 난 문경세재의 사진을 찍겠다고 그곳에 갔었다.
그러나 정작 가려고 했던 문경세재는 들리질 않고
고모산성을 넘어가며 사진을 찍고
신현리란 마을을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그 마을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몇 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그 중의 한 아이가 자전거를 세우더니
카메라를 보고는 환하게 웃어주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름이 뭐니?
물었더니
—황인성이요
라고 답했다.
난 딱 그의 이름 석자만을 챙겼다.
가끔 살다가 유명인과 이름이 겹쳐지면
내 이름을 그에게 뺏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황인성이란 이름으로 어떤 유명인이 나와도
내게 그 이름의 주인공은 그때 그 아이이다.
어쩌다 문경을 지나게 되면
그 마을은 또 그 아이의 이름 석자를 떠올리게 할 것이다.
여기가 황인성이란 아이가 살던 마을이었는데…
네 이름, 이 아저씨가 잘 챙겨놓았다.
그 이름에 네 삶을 마음껏 담아내며 자라렴.
문득, 그 아이,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해지는 날이다.
11 thoughts on “황인성”
이빨은 까치가 다 물어 갔네요.
남한산성 그 까치네 집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빨은 까치가 물어다 주고,
아이는 황새가 물어다 주고,
대박 박씨는 제비가 물어다 주고,
그러고 보니 새들 덕을 많이 보네요. ㅋ
ㅈㅓ v…
어제 휩커의 강연을 들었는데 한국젊은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모두 개성없이 V하는 것이 매우 못마땅하다고 하시더군요. ㅋㄷㅋㄷ…
저희야… 이해하는 거지만… 사진가에겐 자연스런 것이 더 좋은가 봐요.
근데… 언제부터 저렇게 V하고 사진을 찍었을까요? 궁금~~`
V는 한국인의 공식 포즈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그거도 나름대로 특징같아서 우리는 괜찮은데…
인성이가 걸고 있는 목걸이가 특이하네요.
직접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학교앞 문구점에서 산 것일까요?
자가용을 끌고 V를 휘날리는 아이를 보니,
골치아픈 세상사 잊고, 빙그레 웃음이 떠오릅니다.
지금쯤이면 저 빠져있던 이들도, 튼실하게 새로 자랐을테고,
목에걸던 저 목걸이는, 여자친구의 소중한 반지와 함께
미루나무 아래 소중히 묻어둔, 보물상자속에 있을 것만 같아요.
또 좋은 사진과 글들 보고 갑니다.
이번주도 더 행복하세요. 넙죽~
명품보는 눈을 갖고 계시군요.
그게 진짜인지는 몰라도
도나캐런이란 뉴욕의 유명 디자이너 작품이랍니다.
병뚜껑으로 만든 것이라 좀 특이하긴 했습니다.
생전 명품따윈 걸쳐본 적이 없어서요.
앞으로도 걸칠 일 없으니…
마음놓고 양말을 벗어제낀채
두다리 쭉 뻣고 앉은 조막만한 방에서
단촐한 술상을 앞에 두고 마주앉아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시간이 있다면
그게 럭셔리 라이프인 듯 싶네요.
덧말)
찾아보니 DKNY 가 도나캐런뉴욕이군요.
또 한꼭지 배워갑니다. 넙죽~
행복하세요.
황인성, 이름만 들으면 뭔가 특별한 ‘냄새’가 풍기는 느낌입니다.
인성이, 이빨 빠진 개구장이의 해맑은 얼굴을 보니 어릴 때 동무들 생각이 나네요.
사진은 시간의 ‘멈춤’이 아닐까싶어요.
그때, 그 찰라, 한 순간에 정지된 시간, 글보다 더 큰 위력을 가진 ‘힘’…
사진은 어쩌면 그렇게 기억도 생생하게 살려주는 지요.
이 아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 날 제가 걸어갔던 길들도 다 생각이 날 정도니까요.
그래서 몇년 뒤에도 사진을 보며 글을 쓸 수 있는 듯 합니다.
이빨 빠진 개구지^_^
정말 귀엽네요.
이름 석자로 기억되는 아이.
살다보면 때론 삼년 전 일이
어제만 같은 날도 더러 있더라구요.
생긴 것도 아주 순박하게 생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