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성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7월 8일 경북 문경 신현리에서

손을 꼽아보니 벌써 세 해 전의 일이다.
그때 난 문경세재의 사진을 찍겠다고 그곳에 갔었다.
그러나 정작 가려고 했던 문경세재는 들리질 않고
고모산성을 넘어가며 사진을 찍고
신현리란 마을을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그 마을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몇 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그 중의 한 아이가 자전거를 세우더니
카메라를 보고는 환하게 웃어주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름이 뭐니?
물었더니
—황인성이요
라고 답했다.
난 딱 그의 이름 석자만을 챙겼다.
가끔 살다가 유명인과 이름이 겹쳐지면
내 이름을 그에게 뺏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황인성이란 이름으로 어떤 유명인이 나와도
내게 그 이름의 주인공은 그때 그 아이이다.
어쩌다 문경을 지나게 되면
그 마을은 또 그 아이의 이름 석자를 떠올리게 할 것이다.
여기가 황인성이란 아이가 살던 마을이었는데…
네 이름, 이 아저씨가 잘 챙겨놓았다.
그 이름에 네 삶을 마음껏 담아내며 자라렴.
문득, 그 아이,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해지는 날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7월 8일 경북 문경 신현리에서

11 thoughts on “황인성

    1. 이빨은 까치가 물어다 주고,
      아이는 황새가 물어다 주고,
      대박 박씨는 제비가 물어다 주고,
      그러고 보니 새들 덕을 많이 보네요. ㅋ

  1. ㅈㅓ v…
    어제 휩커의 강연을 들었는데 한국젊은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모두 개성없이 V하는 것이 매우 못마땅하다고 하시더군요. ㅋㄷㅋㄷ…

    저희야… 이해하는 거지만… 사진가에겐 자연스런 것이 더 좋은가 봐요.

    근데… 언제부터 저렇게 V하고 사진을 찍었을까요? 궁금~~`

  2. 인성이가 걸고 있는 목걸이가 특이하네요.
    직접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학교앞 문구점에서 산 것일까요?

    자가용을 끌고 V를 휘날리는 아이를 보니,
    골치아픈 세상사 잊고, 빙그레 웃음이 떠오릅니다.

    지금쯤이면 저 빠져있던 이들도, 튼실하게 새로 자랐을테고,
    목에걸던 저 목걸이는, 여자친구의 소중한 반지와 함께
    미루나무 아래 소중히 묻어둔, 보물상자속에 있을 것만 같아요.

    또 좋은 사진과 글들 보고 갑니다.
    이번주도 더 행복하세요. 넙죽~

    1. 명품보는 눈을 갖고 계시군요.
      그게 진짜인지는 몰라도
      도나캐런이란 뉴욕의 유명 디자이너 작품이랍니다.
      병뚜껑으로 만든 것이라 좀 특이하긴 했습니다.

    2. 생전 명품따윈 걸쳐본 적이 없어서요.
      앞으로도 걸칠 일 없으니…

      마음놓고 양말을 벗어제낀채
      두다리 쭉 뻣고 앉은 조막만한 방에서
      단촐한 술상을 앞에 두고 마주앉아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시간이 있다면
      그게 럭셔리 라이프인 듯 싶네요.

      덧말)
      찾아보니 DKNY 가 도나캐런뉴욕이군요.
      또 한꼭지 배워갑니다. 넙죽~

      행복하세요.

  3. 황인성, 이름만 들으면 뭔가 특별한 ‘냄새’가 풍기는 느낌입니다.
    인성이, 이빨 빠진 개구장이의 해맑은 얼굴을 보니 어릴 때 동무들 생각이 나네요.
    사진은 시간의 ‘멈춤’이 아닐까싶어요.
    그때, 그 찰라, 한 순간에 정지된 시간, 글보다 더 큰 위력을 가진 ‘힘’…

    1. 사진은 어쩌면 그렇게 기억도 생생하게 살려주는 지요.
      이 아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 날 제가 걸어갔던 길들도 다 생각이 날 정도니까요.
      그래서 몇년 뒤에도 사진을 보며 글을 쓸 수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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