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빗방울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7월 26일 우리 집에서

비가 아주 많이 왔다.
잠시 비가 그은 사이 마당에 나가봤더니
나무에 온통 빗방울이 주렁주렁 열렸다.
탱글탱글 잘 여물었다 생각했는지
지나던 바람이 가지를 흔들어
후두둑 후두둑 털어주었다.

너무 익었나 보다.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
죄다 터져 버렸다.

다음에 또 비오고
나무에 온통 빗방울 열리면
그녀를 나무 밑에 세우고
바람보다 먼저 내가 가지를 뒤흔들어
그녀에게 몽땅 털어줘야지.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7월 26일 우리 집에서

12 thoughts on “나무와 빗방울

  1. 한 편의 시 입니다.

    너무 익었나 보다.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
    죄다 터져 버렸다.

    기막힙니다.
    바닥에서 죄다 터져 버린 빗방울…

    이곳은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무더위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시원한 물방울 바라보며 더위를 식혀봅니다.

    1. 고맙습니다.

      비오고 나서 은행나무 쳐다보며 사진찍는데
      어릴 적 생각이 났어요.
      비온 뒤 친구들과 나무 밑에 있을 때면
      나무를 뒤흔들어 빗방울을 친구들에게 털어주고 도망가며
      장난을 치곤 했었거든요.

      이게 한국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 같아요.

  2. 나무에 내린건 비가 아니라
    동원님의 마음이었군요.
    얼핏보니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습니다.

    그 마음이 무슨 맛인지 살짝 궁금해집니다.
    매일 그 마음을 먹고 사시는 그 분.
    달콤한 가요? 아니면 짠가요?

    행복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