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불나무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6월 2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괴불나무엔 세 가지 색이 산다.

잎엔 초록이 산다.
가을까지 내내 잎에서 산다.
찾아 가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열매엔 붉은 색이 산다.
붉은 색도 오래 산다.
나무 찾아 갈 때마다
붉은 색이 살림을 차린 때였다.

꽃엔 흰색이 산다.
봄철에 잠깐 산다.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아무래도 흰색은 괴불나무에 사는 게 아니라
잠깐 들렀다 가나보다.
올해도 들른다는 기별을 챙기지 못해
꽃에 들른 흰색은 만나지 못했다.

괴불나무엔 세 가지 색이 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잎과 열매의 색은 나무에서 살고,
꽃의 색은 들렀다 간다.

6 thoughts on “괴불나무

  1. 이런색 저런색 다 포옹하며, 지나가는 색까지 마다않는 것보니
    괴불나무는 마음이 참 따뜻한 나무인가 봅니다.

    따스한 괴불나무를 닮고 싶긴한데,
    가슴 한꼭지에 타오르는 불길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불성을 이룬다는 말처럼,
    나무가 되진 못하더라도, 그럴싸한 흉내를 낼수 있는 날이 오겠죠.

    마음이 담긴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oi~

    1. 지금으로서야 박대리님 가슴 속의 그 불길이 가장 소중하지요.
      그 불길은 촛불이잖아요.
      고마워요. 요즘은 거의 못나가 보네요.
      마음의 성원 보냅니다.

  2. 괴불나무하니까 개불 먹고 싶네요.
    여름에 좀 먹고 왔어야하는데..

    수업시간에 숨어서하는 댓글달기…=)

  3. 괴불나무의 세 가지 색깔…
    흰색, 붉은 색, 초록색…
    내 안에는 어떤 색깔이 머물고 있을까, 생각을 가져봅니다.
    이 글도 한 편의 시 같습니다.

    1. 올림픽 공원에 있는 나무인데
      매년 6월쯤 가서 열매만 찍어갖고 오게 되곤 하네요.
      내년엔 좀 서둘러서
      나무에 들른 꽃의 흰색을 좀 보던가 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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