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대개 끊임없이 몸살을 앓는 편이지만
가끔 바람이 그 호흡을 조용히 낮추면
바다도 잔물결의 미동만 남겨놓고 움직임을 멈춘다.
엔진 소리 요란하게 바다를 뒤흔들고 다녔을 배 두 척,
바다가 고요해지자 그 속으로 조심스럽게 그림자를 내린다.
그림자가 잘게 흔들린다.
바다는 사라지고 어디에나 고요 뿐이다.
고요와 함께 하면 우리의 마음도 고요해진다.
나는 매일매일 온갖 소음이 아우성 치는 도시에서 산다.
소음은 내 마음의 고요를 긁고 간다.
열어보면 도시를 사는 내 마음은
아마도 온통 소음의 생채기 투성일거다.
도시를 사는 내가 떠들고 외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그 생채기의 비명일지도 모른다.
바람이 자는 날, 바닷가에 앉아
내 마음 조심스럽게 바다에 담갔다.
한참 아무 말없이 있었다.
고요하고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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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배
6 thoughts on “바다와 배 2”
분오리 돈대에서 해지는 걸 한참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친구 아이가 미시건으로 떠난 날 공항에서 돌아오다
강화 이정표를 보고 충동적으로 핸들을 돌려서.
일몰이 몹시 차분해서 휴대전화에 담아 두고 두고 봤었거든요.
장화리 갯벌 앞,
바닷바람으로 익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포도는 올 여름비에 무사한지…
그 분오리돈대에서 오른쪽이 동막해수욕장이고,
왼쪽이 바로 제가 이 사진을 찍은 작은 항구죠.
사진 속에 사람으로 보이는 형상이 있는데
그때 그게 사람인지 아닌지 숙덕숙덕 거리며
궁금해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사람사는 곳이 다 그렇긴 하겠지만
가끔 제주에서 평생 살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좋은 사진 건질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는게 유일한 이유죠.
배의 기다림이 바다를 돌아오게 했네요.
돌아온 바다는 삼각관계 땜시 다시 나갈 것 같습니다.
바다에 대고 설마 4주 후에 보자고 하진 않으셨죠?
가끔 그 홧병으로 삼각파도가 친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ㅋㅋ
크~ 가고 싶다.
저 배를 보고 가운데 우뚝 서있는 걸 사람이라고 착각하기도 했는데…
별게 다 생각나네.^^
사진의 기억 재생력은 놀랍다.
그때 그 생각까지 나다니…
그때 정말 눈이 빠지게 봤었는데… 움직이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