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과 옷걸이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7월 24일 우리 집에서


빨래하고 나면
젖은 옷, 옷걸이에 걸어서 햇볕에 말린다.
햇볕이 잘 말려주면 그녀가 거두어 들인다.
우린 뽀송뽀송하게 마른 옷만 입고 다닌다.

비오는 날,
옥상으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에 뉘어놓은 옷걸이,
빗방울이 주렁주렁 걸렸다.

비그치면
햇볕이 잘 말려,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거두어간다.

항상 잘 말려 거두어가는데
꼭 비오는 날,
물이 뚝뚝 흐르는 젖은 옷 입고 또 우리를 찾아온다.

4 thoughts on “빗방울과 옷걸이

  1. 현재 이 곳 Tartu의 모습이 딱 사진 속의 모습 같네요.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모습이요.
    우산이 없는데 계속 비를 맞고 다니니까
    옷이 마를 틈이 없다는..

    그간 잘 계셨는지요? 장마가 끝나고 매우 덥죠?

  2. 동원님의 블로그를 방문할때마다 사진이 말을 건넵니다.
    <박대리, 좀 편하게 생각봐... 세상 뭐 그리 어려울꺼 있어?>

    오늘도 이 평범한 진리를 잃은채
    사진을 클릭해 놓곤, 5분동안 골똘히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거두어가는 햇볕에게도 고마워 해야하고,
    젖은 옷 마다않고 걸어 주는 옷걸이에게도 고마워 해야하고,
    잊을때쯤 한번 쯤 내려주는 비에게도 고마워 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기쁜마음으로 하루를 여는 첫발자국 찍고 갑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1. 말을 바꾸면 세상도 느낌이 달라지곤 해서요.
      어찌보면 산다는게 말을 풀어놓기 위한 싸움인지도 모르겠어요.
      한쪽에선 말들을 묶어놓으려 하고, 한쪽에선 그 말들을 풀어놓으려 하고…
      고삐풀린 말들이 제 멋대로 뛰어다니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며 끊임없이 말을 풀어놓는 거겠지요.
      박대리님의 말들도 그런 말들이던 걸요.
      종이 달라서 그렇지 결코 갇힌 말이 아니었어요.
      계속 말들을 풀어놓자구요.
      이틀 연속 날이 좋을 것 같네요.
      화창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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