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책읽는 남자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8월 5일 서울 암사동의 길거리에서

차들이 다니는 시끄러운 길거리,
한 남자가 미장원 앞에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다.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려면
주변이 조용해야 한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 반대로
책을 읽으면
아무리 시끄러운 세상도
책에 빠져든 사람 앞에선
모두 조용히 숨을 죽인다.
세상이 시끄럽고 번잡하다면
책을 읽어볼 일이다.
세상이 조용히 숨을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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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길거리의 책읽는 남자

  1. 저 같은 포즈는 아니지만, 커피 한잔 내려 마루에 철부덕 주저 앉아 창 밖을 보며 스스로 유폐된 아파트 이층에서 내내 책을 읽고 있습니다. 7월부터 읽은 책이 오십권은 훨씬 넘었고 백권은 조금 안될듯…베란다 창 문을 열어 놓으면 바람이 윈드차임을 연주하고, 녹색의 가로수에 아파트 앞동도 보이지 않아 숲속에 있는듯한 착각을 합니다. 가장 좋았던 책은 연을 쫒는 아이(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먼저 읽었는데 전 편안한 ‘연’이 더 좋더군요) 유재현의 쿠바기행, 김인숙의 북경 여행기, 김인자의 아프리카 트럭 여행 등등입니다.

    감히 일본의 도스트예쁘스키라고 칭하겠어 라는 한마디에 미야베 미유끼의 소설들을 스무권쯤 읽었구요. 모방범, 외딴집 등이 특히 좋더군요. 인간의 이기적이고 잔악한 본성, 민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장치…흥미롭더군요.

    ㅎㅎ 사악한 박대리님의 영향인듯한 댓글이 더 긴 기형적 형태. 저도 요즘 그러네요. 참..저도 매일 성내천을 따라 한강으로 나간 뒤 암사동 끝까지 횡하니 자전거를 타며 밤의 강풍경을 만난답니다. 혹 전문적인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는 분 계시면 눈여겨 볼게요.

    1. 저는 본문을 점점 더 줄이고 있는 듯 싶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간단하게 느낌을 메모하는데 오늘은 아주 메모가 짧게 되더군요.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구리의 장자못에 가서 사진을 찍다가 왔습니다. 연꽃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갔는데 연꽃은 하나도 없더군요. 태양볕이 너무 뜨거웠어요. 내일은 천마산을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블로그의 수다가 참 괜찮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무래도 얘기 거리를 앞에 놓고 하니까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후후, 전문적인 포즈? 눈에는 띌 거예요. 수염이 있어서… ㅋ

  2. 이렇게 푹푹 찌는 날씨일수록,
    꼼짝 않고 앉아서 눈만 까딱
    정해진 시간동안 손만 함 휙 움직이는
    책읽기가 적격이지싶어요.
    며칠전엔 올해는 책을 꽤 읽은 것 같아
    권수를 세어보았더니만
    그닥 많지도 않더라구요. 켁 ㅋㅋ
    독서는 4철 푸르게~

    1. 어제는 저녁 때 잠시 한강에 나가 사진을 찍다가 왔는데
      강바람도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더군요.
      서울은 낮보다 밤풍경이 더 괜찮은 듯…
      무슨 책들을 읽었나 궁금해 지네요.

  3. 또….. 사진을 클릭해 놓고 얼빠져 있었습니다.

    멋드러진 블루진을 입고,
    두텁고 새하얀 책을 펴논 사내,

    처음엔 Mu Salon De Hair 라는 정체모를 언어의 미용실의
    헤어드레서가 아닐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펴놓고 있는 책을 찬찬히 살펴보니,
    독서 삼매경보다는 한여름 단잠에 어울릴 전공서적 분위기.

    그래서 여친이 바이타민퍼머를 하고 있는
    그 짧지 않은 고통의 순간속에 앉아있는 사내로
    역활을 급 변조 시켜봅니다.

    내일당장 교수님께 들이대야할
    20장의 리포트를 채우기 위해
    전공서적을 뒤져가며
    열심히 배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ㅋㅋ

    독서삼매경이건, 리포트 자료질이건…
    묵묵히 자기일을 하고 있는 사내는 아름답게 보이네요.
    이런 느낌은 남자들만 느끼는 걸까요? =.=++

    오늘도 뿌듯하게 1빠 찍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

    1. 무슨 책일까 확인해 보려다
      길건너 편이고, 또 확인하면
      결국 사진을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덮어두었습니다.

      미장원 안은 손님이 있어서 에어컨을 튼 것 같았고,
      그래서 시원해 보였는데
      후텁찌근한 바깥에서 책에 묻혀 있어 더욱 시선을 끈 것 같습니다.

      시원하던 날씨가 조금씩 다시 더워지는 것 같습니다.
      더위를 까맣게 잊을 정도로
      시원한 행복의 시간 가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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