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길을 건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8월 16일 경기도 단월면의 소리산 산아래 도로에서


8월 15일 밤에 밤새도록 비가 왔습니다.
경기도 소리산의 산아래쪽에서 빗소리로 귀를 적시며
그 밤을 보냈습니다.
비가 조금 오면 세상을 살짝 적시고 말지만
비가 좀 많이 오면 물들이 한데 모여 물길을 내고
그 길을 따라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8월 16일 아침에 일어나니
물들이 여기저기 길을 내고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 물길중 하나는 도로를 뚝 잘라 물길을 내고
길을 가로질러 건너고 있었습니다.
내려가는 속도에 층이 지는지
물결이 마치 날개를 편 철새들처럼 줄을 섭니다.
발걸음은 길 건너편으로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비 그치고 햇볕나면 슬그머니 지워질 길이라
바쁘게 걸음을 서두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납니다.
하지만 종종 차가 다니는 길이라 많이 위험해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물길의 허리를 질끈 밟고 갑니다.
잠시 물길이 끊깁니다.
또 차들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지지직 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물은 끊어진 허리를 곧바로 이어붙여
다시금 물길을 만들어냅니다.
원래는 비가 많이 온 날, 물의 길이었을 그곳을
우리들이 뚝 잘라 우리의 길을 만들었지만
비가 오자 다시 물길이 그 길을 뚝 잘라
그들의 물길로 삼고 끊임없이 길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6 thoughts on “물길, 길을 건너다

  1. 이틀만에 드른 동원님네 블로그.
    그새 까먹고, 사진부터 클릭합니다.
    동원님네 블로그는 사진터가 아니고 글터인데요…

    물들이 만든 무늬가 조개껍데기로 만든 자개같네요.
    조개들이 사는 강으로, 바다로 달려가고 싶다고
    목청껏 외쳐대는 것 같아요.

    저렇게 쉬지 않고 달려서,
    깊고, 넓은 바다로 가는 거겠죠.

    동원님의 글터에 와서…
    사진보고 글을 읽으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나네요.
    예의없이 한밤중에 찾아와, 머리를 식히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1. 비올 때만 건질 수 있는 사진들이 있어요.
      사진을 찍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찍고 나면 느낌은 많이 다르죠.
      카메라가 방수가 아니라서 비올 때는 많이 조심스러워요.

      사진은 전공이 아니라서… 느낌이 가는 대로 사진을 찍고 있어요.

  2. 안녕하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계신가요?
    이 곳 벤쿠버는 매우 덥네요. 이렇게 더운 적이 없었는데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사과를 드려야겠네요.
    제가 동원님께 부탁을 드리는 동안, 분명 원장님한테 미리 말씀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과 이미 계약을 하셨다고 하시네요.
    이런 말씀까지 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원장님께 여러번 뒷통수 맞는 기분입니다.
    항상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해서, 이번에는 제가 믿을만한 분과 잘 하고 싶었는데
    진심으로 대단히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부탁을 드리고, 흔쾌히 허락을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기회가 있을 때는
    제가 잘 처리를 해서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너그러히 양해부탁드립니다.

    김 정희 올림.

    1. 마음 써준 것만 해도 고맙지요.
      개의치 마시길…

      저는 이틀 동안 가까운 곳으로 나가서 놀다가 왔어요.
      작은 산이긴 했지만 산도 두번이나 오르고 간만에 한가한 시간을 가지며 놀다가 왔습니다.

      여긴 오늘이 일요일이니 캐나다는 아무래도 내일까지 일요일이겠지요? 휴일 잘 보내세요.

  3. 소리산에서 들은 빗소리들 ^^
    비내리는 소리 시원히~
    들으면 맑아지죠.

    산자락에서 보낸 밤.. 좋으셨겠네요.
    며칠동안 창원집에서 생활하며
    희희낙락 즐거이 보냈어요.
    서울 벗어나니 마치 전원생활 같은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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