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눈 맞추다

12시쯤 집을 나가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다섯 정류장을 손에 꼽은 끝에 아차산 역에서 내렸다.
그 역은 나에겐 아차산 역이라기 보다 대공원 후문역이다.
우리집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 무던히도 많이 다녔다.
그곳에서 꽃들과 눈을 맞추었다.

꽃들은 대체로 예쁘다.
매화의 느낌은 그 위에 단아하다는 느낌이 겹쳐진다.

둘은 형제일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형제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게 있다.
그런데 다른 것보다 비슷한 것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형제이다.

내가 빤히 보니 부끄러워진 것일까?
홍조가 더욱 번져 보였다.

나는 날고 싶어.
이 자리에 평생 붙박혀 살기 싫다구.
꽃도 때로 이카로스처럼 제 생명을 내던지며 날고 싶을 거다.

꽃의 폭발

혼돈의 아름다움.
나도 저 같이 아름답게 뒤엉킬 수 있을까.

음, 만만찮은데.
왜 선인장의 가시 앞에서 내 턱수염이 떠오른 것일까.
혹 사람들은 내 턱수염 앞에서 선인장의 가시를 떠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의 앞길이 환하도록
불을 밝혀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초롱을 모두 모아.

연년생 6형제

아름다웠다.
그러나 같이 있으려 했더니 내 생명을 달라고 했다.
그냥 보기만 했다.
(끈끈이 주걱)

잎의 등줄기.
올라타지 마세요.
물방울만 태워준답니다.
(메디아 소철, 브라질 원산)

동백의 동(冬)은 겨울이란 뜻이며
백(柏)은 나무이름 백이라고 한다.
부수를 갈라 그 백(木+白)을 다시 들여다보면
희고 깨끗한 나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동백은 이름만으로 보면
희고 깨끗한 겨울나무인 셈이다.
그 희고 깨끗한 나무가 겨울마다 붉디붉은 꽃을 피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희고 깨끗함은 잊어버리고
그것이 피워낸 붉은 아름다움만을 동백으로 여기게 되었다.

잎에 꽃을 바쳐들다
(제브리나 펜드라, 멕시코 원산)

하나, 둘, 셋, 넷…
아니, 문지, 기옥이, 은미, 은정이, 승현이, 엄마…
헤아리고 이름붙이니 굳이 깜깜한 밤에 별을 올려다볼 필요도 없었다.

어느날 사랑이 내 가슴에 날아들었어요.
그때 이렇게 분화구가 생겼지요.
많이 아팠어요.
하지만 사랑의 흔적은 아파도 아름다운 거예요.

5 thoughts on “꽃과 눈 맞추다

  1. 안녕하세요
    맥주에서 놀러온 아키입니다.

    꽃사진 참 이쁩네요
    그리고 사진에 대한 글들도 정말 와닿구요
    이스트맨님 사진은 글과 함께 여서 항상 보는 재미가 참 좋아요

    앞으로도 좋은 사진과 글 부탁드립니다.

    간혹 들춰보는 수필처럼 활력소가 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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