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개 마을에서 다시 오른 소리산

8월 16일에 다시 또 소리산에 올랐다.
하루 전엔 북동쪽의 한가한 등산로를 골라 혼자 터덜터덜 올랐는데
이번에는 남동쪽에 있는 돌고개 마을을 등산의 초입으로 삼았다.
등산로가 완만하고, 산중턱까지 길이 넓게 닦여 있어 오르는데 편했다.
그녀가 함께 따라 나섰다.

Photo by Kim Dong Won

숙소를 나서면서 보니
바로 앞의 개울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물은 타고 놀 수도 있고,
바라보며 놀 수도 있고,
물 속에 들어가서 놀 수도 있다.
그냥 물곁에서 발을 담그고 텀벙거리는 것도 재미이다.
물은 참 여러 가지로 즐길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돌고개 마을의 등산로 초입에 숯가마 찜질방이 있다.
오전이라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지 않았으나
내려올 때 보니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차는 이 곳의 주차장에 세워두고 올라갔다.
기차 화통처럼 끊임없이 흰연기를 폭폭거리며 뿜어낸다.

Photo by Kim Dong Won

파이고 벗겨지고 갈라지고 했지만
콘크리트로 덮어서 내놓은 길이 한참 동안 이어진다.
길은 중간의 절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올라가다 아침 일찍 산중턱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났다.
덕분에 친절하게 길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절로 들어가지 말고
옆으로 나 있는 농로 비슷한 샛길로 가라고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길옆의 무성한 숲에서 물소리가 요란하다.
숲길로 들어가 보았더니 계곡이다.
물이 아주 풍부했다.
물론 비가 온 탓에 누리는 잠시간의 풍요일 것이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적지만 물이 있을 듯 싶었다.
그때면 아마도 여기서 잠시 물들이 모였다 내려갈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강아지풀이 꼬리에 물방울 하나를 매달고 있다.
흔들면 딸랑딸랑 소리날 듯 했지만
그랬다가 방울이 떨어질까 걱정인지
아주 조심하는 눈치였다.

Photo by Kim Dong Won

쑥부쟁이도 고개를 내밀고 인사했다.
아침에 지나간 빗줄기가 아직 얼굴에 그대로 맺혀
표정이 송글송글 했다.
내려올 때 다시 보니
햇볕이 깨끗이 훔쳐주고 지나갔는지
이젠 얼굴 표정이 보송보송했다.
올라갈 때 보았던 빗방울 맺힌 얼굴이 더 매력적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물봉선이다.
모양이 특이해서 금방 눈을 끌어당긴다.
이름으로 미루어 아무래도 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곁으로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커다란 나무 아래쪽으로 땅이 움푹파여 있었다.
얼마나 비가 많이 왔으면 저렇게 땅이 깊이 파였을까 싶다.
나무와 풀뿌리가 모두 허공으로 드러나 있었고,
물이 뿌리를 타고 흘러내린다.
평상시 목이 탔을 뿌리들이
비오자 원없이 물을 마시고 있는 듯하다.
나도 내려가서 고인 물에 손을 적시고
잠시 달아오른 얼굴과 목을 식혔다.

Photo by Kim Dong Won

중간에 넓은 길을 버리고
빽빽한 숲 사이로 난 좁은 길로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그러면 커다란 바위들이 엉덩이를 깔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너른 공간이 나타난다.
우리는 그곳에서 바위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바람이 아주 좋았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정상까지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산이 맞닿은 능선을 가리키며
조기까지만 갔다가 내려오자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이 정상이었다.
사실은 나도 그렇게 정상이 가까운 줄 몰랐다.

Photo by Kim Dong Won

정상에서 동쪽으로 바라본 모습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늘엔 비구름이 한가득이다.
구름이 비구름일 때는 하늘에서 물놀이 하는 기분일까.

Photo by Kim Dong Won

그녀는 정상의 바위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상하게 정상엔 바람이 없고,
바로 그 아래쪽 사면에 바람이 많았다.
올라갈 때 땀을 식혀주었던 그 바람을 맞으며
오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Photo by Kim Dong Won

올라갈 때 보았던 움푹파인 웅덩이 속의 뿌리들이다.
붉은 수염같다.
허공으로 드러난 뿌리가 안스러웠지만
그나마 그늘이 짙어서 물이 마른 뒤에도 갈증이 조금은 덜할 것 같았다.

Photo by Kim Dong Won

달개비가 여기저기 아주 지천이었다.
흔하지만 생긴게 예쁜 꽃이다.
색깔도 곱다.

Photo by Kim Dong Won

내려오니 개울의 물이 반겨준다.
간만에 물속에도 들어가 보았다.
물속에서 놀아본 지가 아득한데 간만에 물속에서 놀았다.
하루 전만해도 미지근하더니 이제는 물이 차다.
계절이 또 가을로 가는 사거리에 섰나 보다.
물놀이 끝내고 점심먹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차들이 엄청밀리고 있었지만 여기는 우리의 홈그라운드.
안막히는 길을 귀신같이 찾아내 2시간 반만에 집에 올 수 있었다.
같은 길을 막힌 길로 간 사람들은 1시간 반은 더 길에서 허비했을 것이다.
산도 오르고, 물놀이도 한 끝이라
집에 온 그녀와 나는 둘다 모두 뻗어서 잠에 빠져들었다.

8 thoughts on “돌고개 마을에서 다시 오른 소리산

  1. 이번 여름은 예기치 않게 물놀이와 이별하고 말았네요.
    가까운 계곡이라도 쫓아가 발이라도 담궈볼것을…
    이라고 후회해봐야 소용없으니 동원님의 막판 휴가에
    눈으로 나마 동승해 봅니다.

    1. 사실 물놀이갈 처지가 아니었는데 가족 모임이라 시간을 냈어요.
      물놀이가는 것도 맘편하게 다녀놀 수 없도록 하는 맹바구 정권이네요.

  2. 조 뒷모습만 보이는 소리산 숯가마가 저희집 식구들의 단골 휴양지 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고 나서 비스듬히 누워 소리산을 바라 보는 맛, 단연 최고지요.
    수직의 빗방울이 지붕에 떨어졌던 그 소리도 그렇구요.
    한동안 격조했네요. 숯가마와…11월이 지나면 한번 다녀와야겠어요.

  3. 첫번째 물놀이 사진 참 좋네요.
    가만히 앉아서 소리산 구경 잘 하고 갑니다.
    산도 좋지만 계곡이 좋아보이는 산이네요.
    아이도 그렇지만 어른이 놀기에도 좋아 보여요.
    저희도 지난 토요일에 검단산에 갔다 비 쫄딱 맞고 왔답니다.
    이런 비 맞아본것도 오랜만이다, 언제 이렇게 비 맞아 보겠냐 하면서 말이죠^^

    1. 사실 산은 별로고, 계곡이 아주 좋아요.
      저는 사진찍는 재미에 산으로 올라갔지만요.
      호젓하게 걸으면서 여기저기 눈길을 주어야 사진이 나오거든요.
      좋긴 한데… 너무 멀어요.
      바로 곁이 강원도 홍천이더라구요.

  4. 저도 이번에 가리산 계곡에서 이름 모를 꽃을 찍어왔는데 물봉선이었네요.
    하여간 꽃 따로 이름 따로 항상 그모양이라니까요.^^
    마지막 사진의 뽀얀 다리를 내놓고 계신 분이 포레스트님 맞으신가요?
    왠 무게를 저리 잡고 계시는지…ㅎㅎ

    1. 튜브잡고 앉아 있는 분이 forest님 입니다.
      모자쓰고 서 있는 여자분은 forest님 조카예요.
      산타는 것보다 물에서 노는 것이 힘들기는 더 힘들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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