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산을 오르다 바위 하나를 만났다.
범바위라 부른다고 했다.
범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을 얻었는지
아니면 범이 이 바위에서 종종 쉬어가서 그런 이름을 얻었는지
그것은 알 수 없었다.
평평하고 넓은 바위였다.
앉아 쉬어가기 좋은 쉼터가 되어 주었다.
마치 범의 등에 걸터 앉은 듯
바위에 앉아 잠시 쉬었다.
내가 쉼터로 삼은 범바위 바로 곁에
소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소나무는 평평한 바위 표면으로
뿌리 하나를 뻗었다.
부드러운 흙을 버려두고
바위 위로 뿌리 하나를 뻗어
이리저리 뿌리의 갈래를 나누어가며
바위를 화판 삼아 그림을 그린다.
소나무는 그 위로 솔잎을 쌓아
약간의 채색도 잊지 않았다.
내가 앉아 쉬는 바위가
소나무에겐 뿌리로 그리는 그림의 화판이 되어 주었다.
소나무는 그림의 제목도 있다고 했다.
그래, 제목이 뭐냐고 했더니
내게만 알려준다는 듯 속삭였다.
‘생명의 길이야.’
바위 위에 앉아 쉬고,
그림도 한폭 얻었다.
4 thoughts on “소리산 범바위”
혹 소나무와 바위가 서로 사귀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래서 태어난 녀석 이름이 범이였구요. 어쩌다 호랑이가 태어났냐고 물으면 ‘생명의 신비야’라고 할 것 같네요.
그럼 조게 그때 버린 호랑이 탯줄인가요.
그림이라기보다 판화같어^^
근데 어찌하여 소나무는 뿌리를 저렇게 뻗었을까나..
참으로 신기하네.
작품의 길은 원래 험난한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