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옥수수를 보내왔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의 친구네 집에서 한다리를 더 건너
그 친구의 외가집에서 샀다고 한다.
매년 그 집에서 고추가루도 사서 보낸다.
아는 사람들 한테만 파는 것 같고,
또 아는 사람들만 사는 것 같다.
실제로 상자를 열었을 때,
속에 담긴 옥수수는 팔려고 거둔 것이라기 보다
그냥 집에서 먹으려고 거둔 옥수수 같았다.
그 때문인지 가격은 무지싸다.
50통에 만원을 주었단다.
한통에 200원꼴.
번듯한 옥수수라면
아마 그 가격엔 그냥 곁눈질로 구경밖에 못했을 것이다.
껍질을 까고 있는데
딱 한 통의 옥수수에 왠 시커먼 녀석이 철썩 들러붙어 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말 하나가
입안을 뱅뱅 도는가 싶더니
그래도 입안에 갇히지 않고 곧 튀어나왔다.
“그래 맞아, 이거 깜부기야, 깜부기.”
참 살다가 별일이다.
깜부기가 반가운 경우가 다 있다니.
오랫 동안 잊고 지내다 보면
깜부기도 반가운 추억이 되나 보다.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보면
옥수수 밭에는 꼭 깜부기가 있었다.
일종의 옥수수 병이다.
깜부기가 들러붙은 옥수수는
주먹에 한대 맞고 퉁퉁 부은 듯
한쪽이 툭 불거져 있곤 했다.
참 오래간만에 본다, 그 깜부기.
잊혀져간 말을 꺼내 잠시 추억에 잠겨보라고 넣어 보내셨나.
아마 깜부기를 모르는 도시 사람들은 기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겐 간만에 잠겨본 추억거리였다.
옥수수는 아주 맛있었다.
찰옥수수가 분명하다.
메강냉이는 식으면 곧바로 딱딱해지는데
찰옥수수는 식어도 여전히 부드럽고 찰지다.
이틀 동안 맛있게 먹고 있다.
10 thoughts on “깜부기”
어릴 적에는 옥수수를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주민증 나오고 부터는 멀리하게 되더라고요. 근래에도 옥수수를 먹은 기억이 없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니 어릴 적에 먹던 그 맛이 나질 않아서 멀리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시절만큼 맛있는 옥수수를 아직까지도 만나보질 못했습니다.
고향에 있는 시인 친구가 몇년전 옥수수를 올려보냈더군요.
그때 역시 옥수수는 강원도 옥수수야 하면서 맛있게 먹었죠.
시골 내려가서 아는 집에 들리면
옥수수가 파는 거 말고 이빨이 듬성듬성있는
집에서 먹는 것들이 종종 나와요.
그런데 그게 맛은 더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파는 건 모양은 번드르름한데
이상하게 집에서 먹는 그 볼품없는 옥수수만은 못해요.
이번 것은 볼품은 없었는데 맛은 끝내줬어요.
하이~ 오랜만~
매일 집에서 보는데도 여기 들어오지 않으면 본 것 같지가 않네.
생긴거답지 않게 아주 맛난 옥수수였지. 또 먹고 싶다~^^
그거야 난 글로 이루어진 사람이기도 하니까. ㅋ
알이 굵고 찰지네 생겼네요.
옥수수는 가장 좋아하는 간식거리입니다.
동워니님처럼 길고 날씬하게 생겼네요.^^
벌써 며칠째 심심하면 한통씩 가져다 먹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감자랑 옥수수를 아주 좋아했었는데,
외가집에 가면 많이 얻어 먹곤 했었습니다.
배나온 아저씨인데 길고 날씬하다고 봐주시니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부산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이 올라온 느낌입니다. ^^
찰진 옥수수를 바라보니 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강원도 옥수수, 쫀득쫀득 입에서 짝짝 붙는 그 맛,
잊을 수 없는 맛입니다.
냉동되어 태평양을 넘어 온 옥수수를 사서 먹어보지만
예전 그 맛이 아니라 뒷맛이 씁쓸하지요.
부럽습니다.
아직도 고여 있는 침…….
조건 강원도가 아니고 전북 전주에서 올라왔어요.
강원도 이외의 것은 맛이 별로인데 이번 것은 아주 맛있더라구요.
지난해인가 남해에 놀러갔을 때도 집에서 먹는 작은 옥수수를 얻어먹었는데 그것도 아주 맛있었어요.
여기 도서관에는 한국 어학연수생이 많아서
가끔 공부를 하다 둘러보면 옥수수를 아삭아삭 먹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있죠. 한국 어학연수생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가끔은 중국애들도 먹고 있곤 하는데.. 그럼 고속도로에서 더운 여름에
옥수수파는 분들이 생각나네요.
깜부기는 일종의 검은곰팡이인가요..?
저게 머야… 했네요. 꼭 설탕 새까맣게 탄것처럼..
저도 잘은 모르겠고… 어릴 때 저게 핀 옥수수 대궁은 잘라서 불태워버렸던 것 같아요. 원래는 아주 큰데 터뜨리면 시커먼 먼지 같은게 날리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