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6월 11일 소래포구의 염전에서

소래포구의 버려진 염전,
발을 들이밀면
내 존재의 무게를 그대로 안고
발자국 선명하게 새겨준다.
새겨진 순간,
내 발자국이지만 내 것이 아니다.
내 발자국, 이제는 염전의 것이다.
다시 밀려든 물에 뭉개지고
바람과 햇볕에 마르길 반복하면서
적당하게 간이 배어
염전의 흙속으로 짭짤하게 묻혔으리라.

세상을 살다보면 종종
타인의 자취가 내 삶의 한 부분이 된다.
적당하게 간이 배어
나의 삶 속으로 묻혀든다.

10 thoughts on “자취

    1. 제가 보고 싶은 것의 하나가 자운영 군상이예요.
      한송이는 봤는데 군상은 한번도 못봤거든요.
      소래포구에 그런 곳이 있군요.
      자운영 필 때쯤 한번 가봐야 겠어요.

  1. 이게 들어간 자국인데, 그러니까 음각인데, 첨엔 양각처럼 보였어요.
    저에겐 재밌는 착시현상이네요. ^^

    어제 아주 즐거웠습니다.
    또 좋은자리에서 뵐게요. 🙂

    1. 사진을 찍은 당사자인 저도 처음에는 그런 착시현상을 겪었으니까요.
      처음 그런 착시현상을 겪은 것은 눈에 찍힌 발자국이었는데
      그것참 신기하다는 생각아 들더군요.

      저도 어제 아주 즐거웠습니다.
      거의 소리없이 자리를 지켜준 소중한 사람들, 특히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2. 사진이 거꾸로 놓인 것 같어.
    앞으로 가면서 발자국을 찍어놓고 사진을 찍은거 아닌가?
    아님 발자국을 보고 다시 돌아서서 찍었나… 좀 이상…
    더구나 음각의 느낌도 부자연스럽고…
    그림자가 자연스럽지가 않어.
    뒤집어 놓고 보면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해..

    1. 발자국 사진은 종종 그런 경우가 있어.
      너무 오래 보다 보면 들어간 곳이 오히려 나와 보여.
      나는 새겨졌다고 생각했는데
      발자국은 몸을 일으키며 다시 나를 따라오려고 해서
      그런 착시가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몰라.

  3. 소래 포구 염전 위에 발자국을 놓고 오셨군요…
    화석처럼 굳어 진 발자국 하나…
    긴 여운이 남습니다.

  4. 언젠가 요규원님의 ‘바람과 발자국’을 올리시면서
    눈 속의 발자국의 깊이에 대해 쓰신 글 인상적으로 읽었답니다
    전 지각생이라 거의 한꺼번에 귀한 글들 읽었지요

    시는 어디에 있는가?
    소래포구의 염전 발자국 밑에 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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