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경쟁하듯
쥐들의 개가 되어 열심히 달리는 주구들의 세상이 되었다.
쥐와 개들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다시 찾고자
열심히 촛불시위를 이끌었던 세랑님이 결국은 경찰에 잡혀 갔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이틀만에 풀려났다.
그의 작업실에 모여 술 한잔하며
그의 고단했던 싸움을 위로하고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홍대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다
오후 4시 30분쯤 그의 작업실에 들렀다.
다들 모인 것은 7시쯤이었다.
모두 일곱이었다.
행운을 만들어내려 모인 것이었을까.
세랑.
촛불시위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그의 사랑 얘기를 들었다.
그의 사랑 얘기가 영화처럼 우리 앞을 지나갔다.
우리는 세랑의 사랑을
명바구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내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상의 그 어느 것도 사랑을 이길 순 없는 것이므로
명바구에게 세랑의 사랑 앞에 당장 무릎꿇고
공안정국과 언론 장악을 사죄한 뒤
물러나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었다.
세랑은 세상의 그 어느 것도 이길 수 없는 것,
바로 사랑과 손잡고 촛불 전선의 맨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걱정이다.
사랑마저 마구 짓밟는 것이 명바구 정권인 것을 알고 있는 탓이다.
율리.
율리님은 이 날의 얘기를 가장 많이 들어주었다.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은 사실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가 이 날 가장 어려운 역을 맡았다.
스니핏.
우리는 예뻐지면 지금 연애중이 아닌가 의심한다.
오랜만에 본 스니핏님은 이날 많은 의심을 받았다.
명화공주.
갑자기 집중적으로 자주 뵙고 있다.
헤어질 때 세랑님이 심어놓은 화단의 꽃들을 둘러보다
노란 꽃 하나를 따더니 꽃귀걸이를 만들어 귀에 걸었다.
꽃귀걸이는 길게 꽃을 늘어뜨리고 흔들리며
일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그곳으로 모았다.
어두워서 찍지 못했다.
다들 아쉬워했다.
언두.
언두님 얘기 중엔 기억나는게 많다.
이스트맨님 블로그는 시빨이 느껴져요,
혹시 시쓰신 적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다.
(좌빨도 아니고 시빨이었다.
이런 불순한 사람 같으니라구… ㅋ)
시는 못쓰는데 대학 때 가작으로는 한 번 뽑힌 적이 있어요.
아, 그래서 시빨이 느껴지는 거군요.
근데 이거 시빨시빨 하다보니 느낌이 좀 이상해 지네요.
다들 와 웃었다.
언두님은 누군가가 자기 음악에 대해 주옥같은 음악이라고 했었는데
그러고보니 그것도 주옥같은 음악, 주옥같은 음악이라고 자꾸 해보니
아주 어감이 이상하다고 했다.
또 다들 와 웃었다.
우리는 즉석에서 주옥같은 그 말을 명바구에게 이용해 먹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명바구가 인터넷을 통제하여
자신에 대한 비하적 발언을 하지 못하게 하면
우리는 그때부터 명바구를 주옥같은 명바구라 부르기로 했다.
우리의 계획은 주옥같은 명바구, 그 문구 하나 던져주고
명바구가 좋아서 웃는 사진 하나 그 뒤에 덧붙이고는,
마지막에 한마디 더 던져주는 것이었다.
그래 존냐?
모임마치고 집에 돌아와 주옥같은 명바구 한마디 내뱉고
낄낄거리며 웃다가 잠에 들었다.
(무슨 소리인지 혼란스러울 분들을 위해 약간의 도움을 드리자면
앞의 주옥을 거의 하나로 뭉쳐 두루뭉실 발음해 보시길 권해 드린다.)
별로.
오래간만에 얼굴보았다.
별로님은 절대로 별로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별로라는 말을 별의 길이려니 생각하고 있다.
주고받는 얘기들이 너무 좋았다.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울 정도로.
다음엔 한쪽으로 카메라를 두고
내내 녹화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젊은 친구들, 즐거웠어요.
끼워준 것 고마워요.
12 thoughts on “모임, 그리고 대화”
작업실에 모이셨군요.
혹시 작업실 주인장께서 차고 다니는 차가 몰운대 갈 때 본 그차 아닌지요?
작업중……이라고 광고하며 달리던 바로 그차.
하하, 주인장께서 차는 없고
랩터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바이크는 갖고 계십니다.
촛불을 이어가는 젊은 친구가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서 모인 모임이었죠.
가끔 이렇게 모여서 마당있는 집에서 웃고 떠들고 할 수 있다는게 너무 기쁘다는~
갑자기 삶이 윤택해지는 느낌이 팍팍 오더라는.
하하 안 그래도 집으로 돌아와서는, ‘시빨’과 ‘주옥’에 대해 생각하며 혼자 실성한듯 웃었답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것은 그 두 단어를 합쳐보는 거에요.
“주옥같은 시빨”
꽤 강하지요? ㅎㅎㅎ
수요일 쯤 보기로 했다고 명공님이 알려주셨어요.
그런데, 그날 말했던 XX도촬은 망원렌즈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ㅋㅋㅋ
저한테 제대로 된 카메라가 없어 좀 아쉽네요.
캐논 휴대용 가져가서 최선을 다해봐야할까요? 🙂
조만간 뵐께요. 🙂
팔당에 깊은 산 속 절이 하나 있는데
한강이 다 내려다보여요.
고적하고 아주 좋더라구요.
거기도 한번 들러보고… 자연 속으로 좀 묻혀보자구요.
일곱색깔 무지개마냥 어울리고, 눈길 가고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네요 : )
얼마나 좋으셨던가는 만남의 여운이 느껴지는
이야기와 웃음이 모두 이야기해주시던걸요.
좋은 만남이 기쁨이고 행복, 삶의 윤활유!
제게도 친구같은 동원님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두와의 대화를 원하시니
그래서 더욱 편히 여겨지는 분이세요.
그렇게 생각하니 그날 우리들이 색깔 하나씩 꿰찬 거군요.
그 집 안에 밤무지개가 걸려있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환상 모드가 되네요.
그런일이 있으셨군요.
모여 앉아 이야기 하는 분위기가 사뭇진지합니다.
“젊은 사람들 끼워줘서…” 라니요~ 이스트맨은 진정 영맨이신걸요!
진심으로 뵙고 싶습니다!!
그래도 제가 세상에 많이 찌들은 것은 확실했어요.
세랑님 얘기듣는데 이거 계약해놔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
저는 그냥 함께 모인 사람들이 다 자기 색깔을 가졌는데 같은 자리에서 그렇게 모여 재미나게 얘기나눈다는 것이 가장 좋았어요. 언제 서울로 행차하세요. 잘 아시는 바니님 얼굴도 보실겸.
오랜만에 젊음을 느껴봅니다.
아주 오랜 전의 빛나는 청춘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랄가…
누군가와 모여서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언제던가…
까마득한 옛일을 떠올리며 점점 사라져 가는 ‘진리와 정의’라는 단어를 음미해 봅니다.
12시를 넘기고 다시 1시를 넘긴 다음에 술자리에서 일어섰어요.
그래 세상은 희망을 걸어볼만해,
여기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있잖아.
난 그게 조용히 듣는 사람, 강남의 한복판에서 일하는 사람,
음악하는 사람, 내일이면 며칠간 철야를 들어가야할 사람.
그리고 촛불전선의 맨앞에 선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모두 마음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것이 참 희망적으로 보였어요.
다르면서 공존하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시대는 사실 엄혹하여 그런 다양함을 모두 포용할만큼 여유롭지를 못했거든요.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희망은 있는 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