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수련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9월 10일 양수리 세미원에서


연꽃은 물에서 자란다.
하지만 대개의 연꽃은 물밖으로 목을 길게 빼고
멀리 햇볕 가까운 곳을 꿈꾼다.
몸의 아래쪽은 항상 물에 담가두지만
꽃은 물을 멀리 버리려 한다.
수련은 좀 다르다.
잎을 반듯하게 펴 물 위로 둥둥 띄워놓으며
꽃도 물을 떠나지 않는다.
꽃잎 중 몇 개는 항상 수면으로 눕혀
물에 촉촉히 적셔놓는다.
수련은 제 삶의 높이를 물의 높이로 맞춘다.
노랗게 핀 수련의 한가운데 엿보았더니
노란 진주알 하나 잡혀 있었다.
수련은 그냥
수면으로 몸을 낮춘 꽃이려니 했는데
수련의 한가운데
물이 잉태되어 있었다.
대개의 연꽃은 물을 버리고 꽃을 잉태하는데
수련은 꽃을 피워 물을 잉태하고 있었다.

8 thoughts on “노란 수련

  1. 모네가 그린 수련연작이 떠 오르네요
    하루에도 빛을 따라가면 모습과 색이 달라지던…

    작년 가을 경포대의 연못에서 마른 연꽃들 보면서
    세월이 가면 우리들도 저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연꽃의 황량함이 약간 충격적이었어요

    어제 한가위 사진 찍었답니다
    동원님~다복한 명절 되세요

    1. 지고난 연꽃은 황폐하기 이를데 없지요.
      충격적일만 해요.
      지금은 몇번 봤더니
      내년에 그 자리에서 다시 연꽃이 핀다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지곤 해요.

      황동규 시인의 싯구절 중에
      깨지는 것을 두려워말라는 구절이 있었어요.
      시인의 말대로 정작 슬픈 것은 지는 것이 아니라
      피지도 못해 질 것도 없는 경우가 아닌가 싶어요.

      남은 명절 즐겁게 보내시길요.

  2. 온몸을 바쳐 물 한 방울을 품은 연꽃…
    물 높이에 맞추어서 피어나는 꽃,
    세상의 흐름에 아랑곳 없이 자신을 피어 세상을 밝히는
    촛불 같은 꽃이 아닐까…

    1. 원래 철지나면 꽃이 피어도 잘 눈에 안들어오는 법인데
      꽃의 가운데 물방울이 하나 잡혀 있으니까
      곧장 시선이 가더군요.
      올해는 연꽃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늦으막히 마주한 수련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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