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산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9월 10일 경기도 남양주의 수종사에서


산은 가까이 마주서면 완연한 초록빛이지만
아득히 멀리 두면 초록을 내려놓고
하늘의 색을 내려 푸른 빛을 띈다.
산은 그러고보면
푸르다는 우리 말 속에 깃든 두 가지 색,
바로 초록과 파랑을 모두 가졌다.
산은 그 두 색을 모두 갖고 있다가
우리가 가까이 서면 초록을 내주고,
우리가 멀리 서면 파랑을 내준다.
아니, 얻고 싶은 색에 따라
초록에 묻히고 싶다면 가까이 가면 되고,
파랑으로 눈을 식히려면 멀리 두면 된다.
더 좋은 방법은 산에 오르는 것이다.
산에 올라 시선을 멀리 두면
그 두 색을 모두 얻을 수 있다.

6 thoughts on “푸른 산

  1. 역시 동원님의 시선은 너무나도 멋지십니다.

    산에 오르면, 자신이 산 그 자체가 되버리니
    감각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육감이 바로 시각이 되어버리는 공감각 현상도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까 ^^

    산을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만,
    역시 한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산이라
    문득 떠올려봅니다~

    1. 사람도 두 가지 매력이 있을 거 같아요.
      가까이 있을 때의 따뜻함, 멀리 떨어져 있을 때의 그리움…
      그리움을 차곡차곡 쌓아서 산을 이루면 나중에 따뜻하고 뜨거운 사랑의 산에 깃들게 될 거예요.
      잘하고 계시죠?
      화이팅 한번 해봅니다.

    1. 예전에는 산을 멀리보면서
      산이 파도의 추억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날은 산의 푸른 색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김영재라고 산그림을 푸르게 그리는 화가가 있는데
      그 사람 생각도 났었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 화가는 멀리본 산을
      가까이 그렸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 그림 볼 때는 왜 산이 푸르지 하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렇게 코앞에서 푸르게 보이지 않는게 산이어서
      그림의 바로 앞에서 산을 볼 때는
      내가 푸른 빛에 적응을 하지 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2. 파랑과 초록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산,
    하늘의 색을 내려 푸른 빛을 띠는 산…
    산이 ‘거기’ 있어서 오른다는 산…
    푸른 산 가슴에 품어 봅니다.

    1. 자주가는 남한산성은 맞은 편으로 산보다는 도시가 펼쳐지는데
      수종사는 맞은 편에 산이 있어 좋아요.
      물도 좋구요.
      생각해보니 물도 초록빛을 띌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자연의 초록과 파랑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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