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자란다, 산의 품에 묻혀.
자라면서 한 나무가 그 품에 산봉우리 두 개 그린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묻혀
손가락으로 얼굴 그리듯이.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혀 있던 그 그림,
이제 산이 가슴에서 꺼내
몰운대 올라가는 길,
그 숲길에 내걸어 놓았다.
산은 여름이 오면 산가득 초록을 채운다.
초록을 다 채우고 나면
여름산은 초록 바다가 된다.
그때부터 나무는 가지를 넓게 펴고
여름내 그 초록 바다를 헤엄친다.
나무는 여름엔
초록으로 채워진 산의 가슴을 헤엄치며 논다.
바람이 불 때면 잔물결이 일곤 한다.
4 thoughts on “산과 나무”
남다른 시각…이스트맨님의 이런면이 부럽습니다. ^^
모두 다 정선 데리고 가준 명공님 덕분이예요.
감사!
거 정말 신기하게도 산수화 같이 생겼네요.
저걸 찾아내신 이스트맨님이 대단하십니다.
뿌리가 곧 나무의 삶이자 붓이었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