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나무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9월 3일 강원도 정선의 몰운대에서


나무는 자란다, 산의 품에 묻혀.
자라면서 한 나무가 그 품에 산봉우리 두 개 그린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묻혀
손가락으로 얼굴 그리듯이.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혀 있던 그 그림,
이제 산이 가슴에서 꺼내
몰운대 올라가는 길,
그 숲길에 내걸어 놓았다.

산은 여름이 오면 산가득 초록을 채운다.
초록을 다 채우고 나면
여름산은 초록 바다가 된다.
그때부터 나무는 가지를 넓게 펴고
여름내 그 초록 바다를 헤엄친다.
나무는 여름엔
초록으로 채워진 산의 가슴을 헤엄치며 논다.
바람이 불 때면 잔물결이 일곤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9월 3일 강원도 정선의 화암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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