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녀가 취직을 했다.
그래서 아침마다 다시 충무로로 출근을 하고 있다.
그녀가 출근할 때면
나는 2층 베란다에서 손을 흔들어
그녀를 보낸다.
돌아올 때면 그녀는
군자역을 지날 때쯤 내게 문자를 보낸다.
그럼 나는 하던 일을 접고 지하철로 나간다.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내 시선은 쏟아져 나오는 통로쪽의 사람들을 살피기에 분주하다.
그러다보면 저 멀리 안쪽의 통로에서 그녀의 머리가 뽈록 솟아오르고
곧바로 그녀가 모습을 모두 드러낸다.
나는 그렇게 아침에는 그녀를 집에서 세상으로 보내고
저녁 때는 지하철에서 그녀를 만나 함께 집으로 온다.
원래 내 오랜 소망의 하나는
그녀에게 빌붙어 사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빌붙어 사는 인생, 그게 바로 내 오랜 꿈이었다.
빌붙어 살고 싶다는 것은
그녀를 세상으로 보내고
나는 집에 쳐박혀 지내고 싶다는 뜻이다.
실제로 결혼했을 때 나는 그렇게 살았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세상의 한가운데로 나가 있었다.
빌붙어 살 때의 가장 큰 위험은
둘 사이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빌붙어 있으니까
삶의 무게가 그녀쪽으로 몰리고 만다.
그 무게감이 그녀의 힘겨움이 되고
그 힘겨움이 짜증이 되다 보면
빌붙어 사는 내가 치사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싹튼다.
그래서 둘은 한쪽이 빌붙어 살기보다
둘 모두 대등하게 세상 속에 굳건하게 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내 꿈은 상당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빌붙어 사는 것이다.
빌붙어 살면서 내가 얻으려고 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자유이다.
그것도 나는 사랑으로부터 나오는 자유를 꿈꾼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유를 준다는 것은
말은 멋있지만
실제로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녀가 나에게 자유를 주면
나는 그 자유로 사진과 글을 만들어 낼 거다.
내가 만들어내는 모든 사진과 글에서
그것을 키워낸 자유가 그녀의 사랑을 자양분으로 했다는 것을 믿으며
그녀가 나를 담담하게 견뎌갈 수 있을까.
그 어려운 삶은 그녀의 몫이고,
그것이 가능한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것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나의 몫이다.
오늘도 나는 그 꿈으로 하루를 살았다.
4 thoughts on “그녀에게 빌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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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동원님의 ‘집사람’이 되시는 분이시군요.
(막상 써놓으니까 다른 분에게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 같네요.
제 집사람을 강조하기 위해 실례가 되을 무릎쓰고 썼습니다.)
미소가 편안하신 분이신데요?
제 ‘집사람’은 미소가 편안하지만은 않다는….
약간의 무서운 미소가 더….. =)
좋은 글..아니 마음에 드는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저는 요즘 절시하게 깨닫고 있네요. 전 제 집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만큼
저도 좋은 논문을 쓰고 싶은데.. 그게 참 힘듭니다.
건필하세요!!!
우리 모두 글을 써야 하니 함께 건필해요.
요즘은 혼자 벌어서는 못산다는말 들을때마다 실감해요.
그래서 저도 취업전선에 뛰어들 마음의 준비중이랍니다.
그동안 집에서 편히 아이들 키우며 살았지만
무슨 일이든 시작한다면 열심히 하고싶어요.^^
결혼초로 돌아간 기분이예요.
그때 저는 집에 있었고 그녀는 직장다니고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