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봉선 2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9월 21일 하남의 객산에서

사람들은 내가 물을 좋아한다고 하여
내게 물봉선이란 이름을 주었지.
그래 난 물을 무척이나 좋아해.
질척하도록 젖은 땅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나는 더 없이 행복해.
아마 산을 오르다 물을 찾고 싶다면
나를 먼저 찾는 것이 더 수월할 거야.
내가 그 자리에 더 먼저 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물을 좋아하는 건
목을 축였을 때 물이 주는 그 시원함 때문은 아니야.
내가 물을 좋아하는 건
내 안의 꿈 때문이지.
난 내 안에 물고기의 꿈을 가졌어.
가파른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물고기의 꿈이지.
우리는 종종 물살을 따라 함께 흘러가기 보다
물살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고 싶어해.
꼬리 지느러미에 단단하게 힘을 주고
물살보다 더 빠르게 물을 튀기며 물을 거슬러 오르고 싶어하지.
물고기가 아니라 상류에 무엇이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사는 건 아마, 하류나 상류나 거기서 거기일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유속이 느려져 편안하게 유영할 수 있는 대신
많이 혼탁해진 하류의 삶을 버리고
가끔 꿈을 찾아가듯이 상류로 거슬러 오르고 싶어지곤해.
그곳에서 맑은 물에 하루를 뒹굴다 올 수 있는 것만으로
물살을 거슬러 오르던 숨가쁜 몸짓은
그 힘겨웠던 순간을 모두 다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몰라.
상류는 그저 윗쪽의 맑은 물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들이 잃어버린 오염되지 않은 그 옛날의 꿈일지도 모르겠어.
생각해보면 우리 사이에 맑은 물 하나만 놓고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래서인지 나는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의 그 힘찬 몸짓이 좋았어.
물이 흥건한 곳에서 꽃을 피울 때쯤
나는 내 안에서 그 물고기의 꿈을 꾸곤해.
내가 물을 좋아하는 이유야.

2 thoughts on “물봉선 2

  1. 꿈을 키우고 있는 물봉선을 상상해 봅니다.
    연어의 회귀처럼 꽃들도 자신의 시듬을 통해서 옛꿈을 꾸고 있을지도…
    동원님의 상상력에 박수를 드립니다.

    1. 꽃이 시드는 걸 연어의 회귀로 생각하시는게 더 참신해요.
      다음에 떨어진 꽃잎을 보면 연어를 떠올려 봐야 겠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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