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잠드는
당신들과 나의 도시, 서울…
난 당신들과 나의 도시로부터
좀 멀리 떨어져 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한밤중에 남한산성의 서문으로 올라갔어요.
낮에 몇 번 그곳에 올라
서울을 내려다 본 적은 있지만
어둠이 집어삼킨 숲길을
작은 전등불로 헤쳐가며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낮에 그곳에 섰을 때는
삐죽삐죽 솟아있는 건물들이
크니 작니 키를 견주고 있었지요.
밤의 남한산성에 올랐더니
당신들의 도시는 건물의 윤곽을 모두 버리고
당신들이 밝힌 불빛으로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어요.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과 시선을 맞대지만
하늘 나라로 올라간 영혼들은
사람들이 밝힌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별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오, 내가 지지고 볶고 살며 지겨워했던 저 아래 세상이
밤마다 저렇게 별처럼 빛나는 곳이었다니 하면서 말예요.
실제로 영혼들이 날아올라간 별나라도
우리 사는 이곳과 별반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몰라요.
다만 아득한 거리가 불러온 동경이 자꾸만 쌓여
그곳이 별처럼 반짝이게 된 것이겠죠.
가보지 못한 곳은 대개 그렇게 별처럼 반짝이는 것 같아요.
그러니 거대 도시 서울에서 삶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
살아가다 삶이 힘들어 가끔 하늘의 별을 올려다 볼지라도
부디 당신들도 지상에서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5 thoughts on “서울의 불빛”
이번에 모이면 다들 불곁으로 모여들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 졌어요.
저는 항상 그렇듯이 일정이 허락하면 갈께요.
작은 전등불을 하나 들고 올라간 용기에 박수를 드립니다.
요즘 같아서는 정말 내가 뭘 하면서 살아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분이 그냥.. 그래서 동원님 글 보러 왔다가 흔적 남기고 갑니다.
우리 사는 세상이 저렇게 아름다운 곳이군요..
별별 사람 다 모여서 사는 서울이니
더더욱 별처럼 반짝이지 않을까 싶기도… ㅋ
이쁘고 기분좋은 글이에요. 🙂
캄사합니다.
단풍들면 남한산성이 환상모드로 바뀌니
그때 한번 모여서 남한산성에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