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썰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0월 3일 남한산성 서문쪽 성곽에서


카메라는 종종
맨눈으로 볼 때와는
다른 세상을 펼쳐보이곤 합니다.
특히 밤에 촬영을 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밤엔 빛이 부족해
노출 시간을 길게 열어두곤 합니다.
경우에 따라 1시간을 열어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눈을 깜빡이지 않고
1시간을 부릅뜨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한산성 서문쪽 성곽 아래서
멀리 올림픽대교에 초점을 맞추고
20초 동안 노출을 길게 열어두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20초 동안 차들이 밝히고 달린
헤드라이트 불빛의 흐름이
다리 위에 고스란히 축적되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하여 얻어진 사진을 우리에게 내밀며
카메라는 차들이 그냥 달리는게 아니라
빛의 썰매를 타고 미끄러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밤에 차를 타고 가면
어둠을 뚫고 가는 것 같은데
카메라는 그게 아니라
우리들이 빛의 썰매를 타고 가는 것이라고 정정합니다.
밤거리를 달리는 사람들에게
이거 하나 권해보고 싶습니다.
가끔 야호하고 소리 한번 질러보라고.
마치 눈썰매를 타고 경사면을 미끄러지고 있는 듯한 기분으로.
밤에 우린 빛의 썰매를 타고 길을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0월 3일 남한산성 서문쪽 성곽에서

4 thoughts on “빛의 썰매

  1. 빛의 썰매~~~
    홍콩의 야경…
    해안을 때라서 불야성을 이루며
    레이저쑈를 하는 건물들이 모두 야호~하면서
    빛들로 변하더군요
    밤바다의 밤배들도 관광객을 위해서인지 야경에 한 몫 하더라고요
    휴일 동안에 휘리릭 다녀온 홍콩의 추억은 빛…
    카메라 노출을 오래해야 좋은 사진이 되는데
    야경을 찍는 솜씨가 서투르고..제 졸속 사진이 안타까워요
    빛으로 장식된 도시..그래도 홍콩은 가을도 없고…
    우리나라의 낙엽 진 밤 길이 있음에 감사하죠

    1. 홋 좋은 생각이신데요.
      낙엽진 밤길에 카메라 세워놓고
      전등불 움직이며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해 라고 쓰거나 하트를 그리면
      불의 움직임 따라 까만 밤길에 글이 쓰여지지 않을까 싶어요.

  2. 야호~~ 외치면서 빛의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꽤 흥분될 것 같습니다.
    밤새 어둠을 밝히고 있는 빛들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동원님의 사진을 보면서 알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보이지 않는 빛을 미끄러지듯 타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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