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에 사시는 한 할머니,
고추를 다듬고 계신다.
할머니의 손에 주름이 가득하다.
오랜 세월 섬에서 산 할머니는
평생을 바다와 함께 했으리라.
할머니가 바다에 나올 때마다
할머니의 손에 매달렸을 바다는
그 오랜 세월을 할머니와 함께 하다
결국은 할머니의 손에 물결로 자리를 잡았다.
할머니가 손에 쥔 주름은
알고보면 할머니 손에 둥지를 튼 바다의 물결이다.
백령도 바닷가,
고추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의 손에서
물결이 일렁인다.
바다는 여전히 푸르지만
할머니가 손에 쥔 물결은 갈색이 되었다.
갈색 물결이 푸른 기억을 안고 몸을 뒤채고 있다.
**사진 제공: 송명화
4 thoughts on “할머니의 손”
어린 시절에 주름 가득한 할머니의 손을 참 싫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쭈글쭈글한 손으로 얼굴 만지는 걸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할머니 손의 거친 주름만큼 당신 새끼를 사랑하고 계셨다는 걸.
할머니 손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저는 유난히 할머니 손의 덕을 많이 보며 자랐어요.
배아플 때마다 그 손이 약손이었거든요.
아마도 이번에 할머니 손에서 물결이 생각난 건
바닷가에서 찍어온 사진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할머니 손등에 잡힌 주름은 바다의 푸름을 녹여 이룬 삶의 흔적이군요.
사람의 손은 그 사람의 얼굴이란 생각이 듭니다.
삶의 물결이 출렁이는 손,
손을 잡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과의 만남이 아닐까…
세파라는 말도 있으니
삶 자체가 파도와 함께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