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손

Photo by Song Myoung Hwa
2008년 10월 4일 서해 백령도에서


백령도에 사시는 한 할머니,
고추를 다듬고 계신다.
할머니의 손에 주름이 가득하다.
오랜 세월 섬에서 산 할머니는
평생을 바다와 함께 했으리라.
할머니가 바다에 나올 때마다
할머니의 손에 매달렸을 바다는
그 오랜 세월을 할머니와 함께 하다
결국은 할머니의 손에 물결로 자리를 잡았다.
할머니가 손에 쥔 주름은
알고보면 할머니 손에 둥지를 튼 바다의 물결이다.
백령도 바닷가,
고추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의 손에서
물결이 일렁인다.
바다는 여전히 푸르지만
할머니가 손에 쥔 물결은 갈색이 되었다.
갈색 물결이 푸른 기억을 안고 몸을 뒤채고 있다.

**사진 제공: 송명화

4 thoughts on “할머니의 손

  1. 어린 시절에 주름 가득한 할머니의 손을 참 싫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쭈글쭈글한 손으로 얼굴 만지는 걸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할머니 손의 거친 주름만큼 당신 새끼를 사랑하고 계셨다는 걸.
    할머니 손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1. 저는 유난히 할머니 손의 덕을 많이 보며 자랐어요.
      배아플 때마다 그 손이 약손이었거든요.
      아마도 이번에 할머니 손에서 물결이 생각난 건
      바닷가에서 찍어온 사진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2. 할머니 손등에 잡힌 주름은 바다의 푸름을 녹여 이룬 삶의 흔적이군요.
    사람의 손은 그 사람의 얼굴이란 생각이 듭니다.
    삶의 물결이 출렁이는 손,
    손을 잡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과의 만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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