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가을 장미가 자꾸 핍니다.
원래 제 철이 오뉴월이니
철을 잘못알고 피는 꽃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마도 지나치게 따뜻한 가을 날씨가 범인인 듯 싶습니다.
장미는 원래 꽃으로 우리에게 먼저 오는 것이 아니라
푸른 잎을 내밀어 봄을 환영하는 것으로 한계절을 시작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잎을 펼쳐 초록의 바다를 만들고,
그 바다 위에 붉은 꽃을 띄우는 것이 장미의 한해살이입니다.
가을 장미는 제 철의 장미와 달리
푸른 잎을 풍성하게 가지질 못합니다.
앙상한 가지 위에 붉은 꽃만 덩그러니 매달아 놓곤 하지요.
아마 나무가 헷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온으로보면 봄 같기는 한데
잎을 내밀어 봄을 환영하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거겠지요.
그래서 슬쩍 꽃만 내보내 계절을 염탐하고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말하자면 가을 장미는 계절의 염탐꾼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가을 장미가 많이 피었습니다.
한두 송이 내보내 계절을 염탐하던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유독히 계절이 많이 헷갈리나 봅니다.
하나하나 꼽아가다 보면 열손가락을 넘길 정도입니다.
올해 가을엔 유난히 많은 장미꽃이 붉게 얼굴을 내밀고
계절을 염탐하며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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