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장미에서 꽃이 한송이 피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가을녘에 꼭 꽃이 몇송이씩 피곤 합니다.
어느 해는 가을에 핀 장미가
급습한 겨울 추위에 그대로 얼어붙어
그 붉은 색을 그대로 지키며 겨울을 난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꽃이 필 계절은 아닙니다.
계절은 넝쿨장미에게 꽃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꽃을 거두어 갑니다.
꽃은 거두어간지 이미 오래 전이고
지금은 가지에 몇개 남아있지 않은 나뭇잎마저
하나 둘 거두어가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그 계절의 순리를 슬쩍 무시하고
난마처럼 얽힌 가지 사이에서
꽃 한송이가 피어올랐습니다.
왜 넝쿨장미는 매년 늦은 꽃송이를 하나둘 피우곤 하는 거지?
늦은 장미는 가을 장미가 아니라
사실은 장미의 붉은 기억입니다.
우리도 가끔 우리들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곤 합니다.
싱싱하고 푸르던 시절이죠.
넝쿨장미의 한창 시절은 붉은 시절입니다.
때로 가을 장미를 때를 모르고 태어난 정신나간 꽃이라며 타박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미도 가을쯤에 들어서면 그 붉었던 한창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가지 한구석에서 떠올립니다.
그럼 그 자리에서 붉은 장미 한송이가 피어납니다.
그건 사실은 꽃이 아니라 장미의 붉은 기억입니다.
나도 잠시 그 붉은 기억에 편승하여
한때 마당을 뒤덮었던 장미의 붉은 시절을 떠올리며
그 붉은 기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10 thoughts on “붉은 기억”
영화 붉은 시월이 생각나는군^^
그 영화 참 멋졌는데…
그 영화 다시 보고 싶다.
그 영화는 전체가 한편의 시로 된 영화였지.
우리는 그런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세상이란 것만 해도 큰 감격이었는데…
그리고 그 영화 제목은 붉은 시월이 아니라 <붉은 시편>이더라.
힛, 아시나요?
forest님 이름에 동원님 얼굴이
있으니 무척 재미나요~
그게 forest님이 자기 컴을 안쓰고 내 컴에서 내 블로그 주소가 입력되어 있는 상태 그대로 댓글을 달아서 그래요. 내 컴은 내 주소를 기억해 두거든요.
3월 초 이상기온으로 너무 따뜻하다 싶은 날 고개를 내민 개나리,
한창 더운 6,7월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겨울이 다가오는데 홀로 피어있는 장미.
이런 애들을 보고 저는 ‘저런 정신 나간 것들’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기억’ ‘그리움’ 같은 언어의 옷을 입혀 놓으면 새로운 아름다운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요.
제 삶의 붉은 기억들을 한참 떠올려보다 가네요.
저도 늘상 그렇게 생각하며 타박을 주던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는데 어제는 갑자기 그게 붉은 기억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갑자기 저도 저의 붉은 시절에 대한 기억들에 잠겨 버렸습니다. 잠시 기억에만 잠겨있어도 좋더군요.
눈이 붉어지고, 귀가 발개지고, 볼을 발그레 붉힐
(다 붉게 연출함해봤어요 ㅎ)
기억 속으로 붉은 장미 한 송이네요.
도루피님은 지금이 바로 한창 때잖아요.
기회가 될 때마다 많이 여행다니고 많이 만나고 많이 누리면서 사시길.
나중에 기억만으로도 삶이 붉게 가득차게 말예요.
늘 힘을 북돋워 주셔서 감사드려요.
점심은 맛나 드셨죠?
일할 때 빡시게 해야해선, 가을 바람이 유혹하겠어요. 마구마구(?)
그래도 잠시 틈을 타서 방금 영화를 하나 보고 왔어요. Once라는 음악 영화였는데 재미났어요. 이제 또 일해야죠.
이틀 동안 잠깐씩 땡땡이를 쳤네요.
도루피님도 열심히 일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