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물풀은
내가 그 연한 초록빛에 반해
물풀의 사진을 찍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가 한참동안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으려 한 것은
물풀이 아니라
사실은 물풀을 흔들고 지나가는
연한 바람이었다.
바람을 찍을 때
나는 물풀이 도와주지 않으면
물결의 도움을 받으려 했다.
바람이 물풀의 너머라고 할 수도 없는데
나는 그런 식으로 보이는 것의 너머로 가려고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도 그와 같지 않을까.
사랑은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통하여
그 너머에 사랑이 있다고 믿으며
그 사랑을 손에 잡고 또 눈으로 보려 한다.
그러나 바람 대신 물풀과 물결이 우리의 눈을 가득 채우면
우리들이 그 너머의 바람으로 갈 수 없듯이
사랑할 때의 우리 또한
바로 눈앞의 보이는 것에 걸려들면
우리는 영영 그 너머를 가지 못한다.
그때 우리의 손은 영영 사랑을 잡지 못하며,
우리의 눈 또한 사랑을 보지 못한다.
2 thoughts on “물풀과 바람”
저런곳에 가만 앉아서 바람결에 내맡기고 있다보면 맘이 참 평온해질듯..
가끔 사진 찍으러 가선 사진이고 뭐고 그냥 가을소리님 말씀대로 풍경앞에서 아무 짓도 안하고 앉아있다 오고 싶은 경우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