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날엔
한 눈은 버리라.
사랑하면 눈이 먼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사랑하는 날엔
그 속설을 쫓아 한 눈은 버리라.
아마도,
당신이 말의 속뜻을 아는 사람이라면,
눈을 버리라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법은 없을 것이다.
당신은 이 말을 한쪽 눈을 감는 것으로 얼마든지 대신할 수 있다.
당신이 한쪽 눈을 감는 순간,
그 감은 눈은 순식간에 세상을 지워버린다.
세상이 아무리 그 자리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어도
당신이 안보면 세상은 없는 것이다.
아마도 당신은 사랑에도 장벽이 있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을 것이다.
태생이나 가난은 곧잘 사랑의 앞을 가로막고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또 어떤가.
눈을 감는 것은 바로 그때
그 장벽을 가장 손쉽게 지워버릴 수 있는 방법이다.
당신이 한 눈을 감고 그렇게 장벽의 세상을 지워버리면
이제 남는 것은 당신이 사랑하는 그녀나 그 뿐이다.
이제 당신의 세상엔 오직 그녀나 그밖에 없으므로
이제 남아있는 당신의 한 눈을 채우는 것 또한 오직 그녀나 그 뿐이다.
그러면 당신은 보게 될 것이다.
바로 당신의 사랑으로 서 있는 그녀나 그를.
놀라운 것은 그녀나 그의 몸이 사랑과 질기게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신들 사이엔 이제부터 무섭게 몸의 사랑이 싹튼다.
그러니 일단 사랑하는 날엔
다른 무엇보다 한 눈을 버려야 한다.
그러면 나머지 한 눈으로 사랑이 들어온다.
당신이 두 눈을 다 뜨면
그때도 당신의 사랑은 여전하나
그 사랑이 어느 눈으로 들어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며
그 사랑이 세상의 장벽을 보는 눈으로 통로를 잡게 되면
당신의 사랑은 파탄이 나고 만다.
그렇다고 두 눈을 다 감아서도 안된다.
당신이 두 눈을 다 감으면
당신에게 남는 것은 그저 몸뿐이다.
사랑이 없는 몸처럼 허망한 경우도 없다.
내 말이 거짓말같다면 고깃덩어리를 목구멍까지 채워넣었을 때의
메슥거림을 상상하면 된다.
그러니 사랑하는 날엔
반드시 한 눈은 버리고
나머지 한 눈만 뜨도록 해야 한다.
다만 당신이 뜬 그 한 눈이
사랑의 문인지 그것은 스스로가 확실하게 해두어야 하며,
당신의 두 눈 중 어느 눈을 열고 사랑을 맞는가는 전적으로 당신의 책임이다.
때로 당신이 열어둔 사랑의 문이
실제로는 세상이 드나드는 문인 경우도 있다.
그 위험에 대해선 나는 전혀 책임을 못진다.
4 thoughts on “한쪽 눈의 사랑”
담아가고싶어서 복사해 갑니다
혹시라도 원하지 않으실경우 dh7525골뱅이네이버쩜컴
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즉시 삭제조치 하겠습니다.
메일 주소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경우가 있어서 메일 주소는 수정했습니다.
찾아주신 거 고맙습니다.
사랑을 할땐 한 눈을 버려라..
그래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면 눈멀고 귀멀어
보이는게 없어지고 누가 뭐래도 들리지 않는걸까요.
사랑이 식어도 눈을 살짝 감아줘야겠군요.^^
두 눈을 다 떠서 사랑이 식게 되는 건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