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우리는 이상한 딸기 소녀의 나라에 갔어요.
사실 원래의 계획은 이상한 앨리스의 나라를 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다줄 토끼를 기다렸어요.
하지만 기다리다 보니 아무래도 서울에서 토끼는 무리란 생각이 들었어요.
풀밭을 모두 아스팔트가 집어삼킨 이 도시에선
오래 전에 토끼가 모두 굶어죽었을 것이란 생각이 퍼뜩 들었거든요.
그때 멀리서 버스가 쭐레쭐레 달려와 우리 앞에 멈추었지요.
아무래도 이젠 버스를 타고 앨리스의 나라 대신
다른 이상한 나라로 가야할 것 같았어요.
토끼에 대한 미련은 접어버리고 냉큼 버스에 올라탔지요.
버스는 계속 길가를 기웃거리며 길을 가다가
우리를 이상한 딸기 소녀의 나라에 내려주었어요.
벤치에 앉아 있는 딸기 소녀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었죠.
그곳이 딸기 소녀의 나라란 것을.
딸기 소녀의 나라에서 가장 큰 재미는 역시 따라해보기였어요.
딸기 소녀와 똑같이 손을 콧잔등에 얹고
똑같은 포즈를 복제하듯 반복하는 거지요.
이상한 건 그렇게 하고 있노라면
어느 덧 웃음이 킥킥 샌다는 거였어요.
딸기 소녀가 눈을 흘기며 한마디 하는 소리도 들렸어요.
‘아니, 얘네들 도대체 뭐니?’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개의치 않았어요.
아마 곁에 커다란 딸기가 있었다면
우리는 그걸 뒤집어쓰고 놀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큰 딸기는 본 적이 없어요.
아마 우리 머리에 맞기로 친다면 수박 정도를 골라야 할 거예요.
물론 수박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속을 파낸 그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딸기 소녀에게 우린 수박 소년과 수박 소녀야 하고
우리를 소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랬다면 아마 딸기 소녀가
다 같은 과일과라고 우리를 더 반겨주었을 것 같아요.
우린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니며 이마를 맞대기도 하고,
얼굴을 지운다며 얼굴을 마구 흔들기도 하면서 사진을 찍었지요.
밤엔 얼굴을 흔들면 사진에서 얼굴이 지워지는 사진이 나오거든요.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어도 얼굴이 지워져요.
흐흐, 무섭지 달걀 귀신이다 하면서 서로를 놀리기에 딱좋은 놀이예요.
카메라는 삼각대를 다리 삼아 길게 펼치고는
찍는다 찍어 여기봐 하면서 빨간 한쪽 눈을 반짝거렸어요.
그러다가는 입을 찰칵 벌렸다 닫으면서
우리 모습을 입속으로 빨아들여 제 뱃속으로 꿀꺽 삼키곤 했지요.
이상한 딸기 소녀의 나라에서 우리는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즐겁게 놀았어요.
항상 사진을 찍고 다니기만 했는데
한밤에 찾아간 딸기 소녀의 나라는
사진에 찍히면서 놀 수 있는 나라였어요.
그렇게 그녀와 둘이
마치 세상 어디에도 없는 피터팬의 네버랜드라도 찾아간 양
이상한 딸기 소녀의 나라에서 그 아이 또래처럼 놀다가 왔어요.
아주 즐겁고 재미난 시간이었어요.
11 thoughts on “이상한 딸기 소녀의 나라”
초록 잔디와
딸기 소녀의 연두색 원피스,
forest님의 잠바까지 ‘신비의 초록나라’에 가 계신 것 같아요.
딸기소녀 포즈는 딱 ‘아니, 얘네들 도대체 뭐니?’ 이건데요.ㅋ
약간의 민망이 재미를 더해주더군요.
정말 딸기 소녀가 그렇게 말하던데요..
얘네들 뒈체 뭐냐..ㅋㅋㅋ
두 분 다정한 모습이 매우 보기 좋습니다.
어딘지 모르지만, 저도 함 가보고 싶어요. 🙂
올림픽공원 남문이예요.
집에서 가까워 자주 놀러갑니다.
아는 사람이 주변에 살고 있어 불러내 한잔 하는 재미도 있지요.
사람들 없는 한가한 시간이라 잠시 점잔을 내려놓고 놀았습니다.
딸기양이 기다렸을, 수박군은 아니 오고
웬 수박소년과 수박소녀가 ㅋㅋ
즐겁고 재미난 시간 같이 보여요.
하여간 데이트하듯 일상을 ㅎㅎ
아주 딸기또래같이 젊게 나왔어요.
사진이란게 카메라 세워놓고 무선 릴리스 눌러가며 이렇게 노는 것도 재미나더라구요. 찍혔냐… 글쎄 찍힌 건가… 그러다 확인하러 일어나면 찰칵하며 찍히곤 했어요. 아직 잔디의 색이 바래지 않아 분위기도 정말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구… ㅋㅋ
올림픽 공원에는 재밋는 게 많은 것 같네요.
처가댁이 올림픽 공원 바로 옆에 있는데, 실질적으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 적은 딱 한 번인데..
두 분 보기 좋으세요..
제가 사진찍으러 자주 가요.
행사도 많이 열리고… 그곳에 있는 야외 조각품만 돌아봐도 좋은 전시회 되니까요.
두 분, ‘이상한 딸기 소녀의 나라’에서 넘넘 재미있었나봐요…
가끔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나를 잊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지요.
흐흐 달걀귀신 놀이도 하고… ㅎㅎ
동원님이 드뎌 사진에 찍히셨군요…
‘그녀’가 너무 행복해 보여요. 물론 동원님도요…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라구요.
가까워서 종종 들리는데 밤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저렇게 하고 놀아도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