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청사초롱

Photo by Cho Key Oak
2008년 10월 15일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에서

항상 어디를 서나 당신은 그 맞은 편 어디선가
불현듯 나를 찾아올 그리움입니다.
그리움이 되면 못견디게 보고싶은 한편으로
당신은 저멀리 아련해지곤 합니다.
밤이 찾아든 하늘공원,
낮이라면 시선을 길게 빼고 눈에 담았을 거리를
어둠이 슬쩍 뭉개버립니다.
그러면 불을 켜듯 눈에 바짝 힘을 주어도
엷게 깔린 달빛만으론
당신이 오는 길목을 내 시선으론 마중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저 어두운 저편으로 초점없이 시선을 두고
마냥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러고 있노라면
가끔 바람이 억새밭을 훑고 갑니다.
바람이 훑고갈 때마다
억새가 하얗게 귀를 세웁니다.
아마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그 바람 속에 섞여 있지 않을까
귀를 세운 것이겠지요.
누군가 내걸어둔 청사초롱에
당신을 그리는 내 마음 함께 내걸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도 억새와 함께 귀를 세웠습니다.

Photo by Cho Key Oak
2008년 10월 15일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에서

15 thoughts on “억새와 청사초롱

  1.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G20과 관련한 이미지로
    청사초롱 사진을 찾던 중이었는데요,

    님 블로그에 있는 사진이 너무너무너무 이뻐서
    제 미니홈피 대문사진으로 써도 괜찮을지
    허락을 받고싶어서요….

    http://www.cyworld.com/churasan

    그럼 댓글 부탁드릴게요!!! +_+

  2. 핑백: forestory
  3. 아하! 혼자 가신거였군요.
    forest님의 사진을 올리신거 보니 이번엔 아마가 프로를 능가하셨나? 했죠.
    정말 밤빛이 멋지게 담아졌지요?

  4. 참 아름답습니다.
    청사초롱도…
    가을 억새도…
    먼 ‘당신’을 향한 그리움도…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글과 사진 늘 감사드려요.

    1. 야간 개장은 며칠 안한다며
      일을 급하게 하다가 가더니
      간 보람이 있더군요.
      집에서 기다렸다가 그녀가 들고온 사진가지고 써먹는 재미도
      아주 좋습니다.

  5. 청사초롱과 억새와 가을밤…
    참 아름답게 그려 내셨네요

    뭉게진 어둠 사이로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시는 분이 있어 감사해요~!

  6. 당신이 오는 길목을 내 시선으론 마중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저 어두운 저편으로 초점없이 시선을 두고
    마냥 당신을 기다립니다..

    마냥 기다리겠다는 말이, 참 좋게 다가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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