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16일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은행잎은 여름내 진한 초록빛으로 삽니다.
초록빛으로 살 때는 그림자를 아래로 떨어뜨려
나무 아래 그늘 속에 은행잎 그림자가 수북합니다.
떨어뜨린 그림자는 은행잎이 손을 뻗기엔 거리가 아득하여
그림자를 다시 주워들 수가 없습니다.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는
잎을 노란색으로 밝게 치장합니다.
노란색으로 가지에 머무는 것은 잠시.
가을엔 은행잎이 모두 땅위로 뛰어내립니다.
그리하여 여름내 잃었던 제 그림자를 찾아
등을 맞대고, 혹은 배를 맞대고
나무 아래서 노랗게 가을을 마무리합니다.

올해도 언제나처럼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은행잎들이 제 그림자를 찾아
나무 아래로 뛰어내릴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9 thoughts on “은행잎

  1. 은행잎은 이름값을 하는지
    제 그림자를 찾아 뛰어내려도 돈이 된다고 하더군요.
    어떤 약의 재료로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날 때부터 이름이 중요합니다.
    지금이라도 이름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나봅니다. 된장…

  2. 아, 하는 가는 숨소리가 은행나무의 노란색 위로 내려 앉습니다.
    어찌 저렇게 빛나는 빛깔을 물들일 수 있었는지…
    은행잎 그림자가 여름을 익혀 노랗게 가을빛으로 치장을 한 것이군요.
    이제 곧 불안스러이 바람이 이는대로 그들은 나무 아래로 뛰어내려 흩날려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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