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청계천과 광화문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청계 광장에서도 밀려나
무교동 들어가는 입구의 길에서 옹색하게 모였지만
가는 비가 추적추적 뿌리는 쌀쌀한 가을 날씨도 무색하게 만들며
10월 25일의 토요일 저녁을 밝혔습니다.
그 현장을 전합니다.
자동차 한 대가 보조 사인에
조중동 폐간의 목소리를 선명하고 빨갛게 켜고 사람들을 맞아줍니다.
생각해보니 올해 아는 사람이 그 조중동 가운데 한 신문을 끊어주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자주 찾아주는 ohnglse님이란 분이죠.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제가 꼭 기억해 두겠습니다.
차는 서 있는 동안 그 번호판에
“우리는 지금 1980년에 살고 있습니다”란 목소리를 담아두고 있습니다.
난 1981년에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해 딱 두 번 시위가 있었는데 모두 5분만에 진압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경찰들이 몰려나와 유인물을 뿌리던 학생을 잡아가더군요.
82년부터는 경찰이 대학에서 물러나
대학 내에선 자유롭게 시위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전두환 독재정권이 시위의 자유를 준 것이 아니라
시위를 대학 내에 가두어두려한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청계천을 온통 경찰 버스로 둘러싸고
시위를 그곳에 꽁꽁 가두어 두려합니다.
2008년의 시위가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2008년의 정권이 달라져야 합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2008년의 시위는 크게 달라졌는데
2008년의 정권은 1980년의 정권과 다를게 하나 없습니다.
여러 번 시위에 나갔지만
경찰이 해산을 종용하기만 했을 뿐
시위를 안전한 곳으로 안내한 경우는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시위대가 청와대로 가려하면
경찰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그 길을 안내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권이 제대로 바뀐 것입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정권은 옛날로 돌아갔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망할 놈의 정권입니다.
“촛불아, 걱정하지마. 내가 너를 지켜 줄께.”
꼬마 숙녀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꼬마 숙녀가 지키면 촛불은 아주 오래도록 갈 수 있습니다.
자라서 숙녀가 되고 엄마가 될 때까지 계속 촛불 지킴이가 되어줄 테니까요.
아이들을 데리고 촛불 집회에 가는 부모들의 속뜻일 것입니다.
우리 음악의 공연입니다.
날라리 소리 정말 흥겹더군요.
꽹과리가 이끄는 흥도 볼만 했지요.
어두워서 촛불만 보이지만
요건 사실 삼양라면 촛불입니다.
삼양라면의 컵라면을 드신 뒤 촛불을 그 안에 앉히면
삼양라면 촛불이 됩니다.
물론 요즘 보니 민심을 배반했던 농심도
그걸 만회하기 위해 노력은 많이 하는 듯 보입디다.
물건 팔아 이익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뱃속뿐만 아니라 마음도 채워주는 라면을 만드는 것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그때 슬쩍 얼굴을 내미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적을 때 찾아와 힘을 보태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강달프란 애칭으로 불리는 강기갑 의원은 물론 후자입니다.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며
촛불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그 마음 잃지 않길 기대해 봅니다.
사람이 적으면 한 사람이 두 개의 촛불을 들면 됩니다.
물론 그 중의 하나는 곧 촛불 광장에 나올 당신에게 건네줄 촛불입니다.
우리 장단에 맞추어 비보이들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몸을 마음대로 뒤집고 놀리면서 환상의 춤사위를 펼칩니다.
광화문 거리를 마음대로 휘저으며 이명박 정권 물러가라를 외칠 때
촛불들의 시위도 아마 비보이의 춤사위만큼이나 환상적이었을 겁니다.
나이 지긋한 한 아저씨가 밝힌 촛불입니다.
아내랑 같이 나왔더군요.
요건 좀더 젊은 친구가 밝힌 촛불입니다.
불온도서 읽고 서평쓴 뒤에
책 100권 받기 행사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촛불의 앞쪽으로 희미하게 그 팜플릿도 보입니다.
카드 섹션도 등장했습니다.
대학생들이 마련했더군요.
“99%가 행복한 나라
자! 우리 함께 외쳐봐요!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예요!”
이번에 새롭게 들은 노래의 한 구절이기도 했습니다.
카드 섹션의 두번째 구호입니다.
“민주주의 파괴하는
2MB! OUT!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이다!”
카드 섹션은 당연한 말만 하더군요.
카드 섹션의 세번째 구호입니다.
이명박 정권에게 묻고 있습니다.
“이게 MB식 경제 성장이냐?
2MB! OUT!
1%를 위한 성장은 이제 그만!”
제가 아는 노래에다 좋아하는 노래가 많이 나왔습니다.
체리필터의 “오리 날다”에 맞춘 흥겨운 율동을 선물받았지요.
촛불도 밤공기를 가르며 흥겹게 춤을 추었습니다.
촛불 집회의 명곡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다 함께 불렀습니다.
사람들 가운데서 젊고 예쁜 처자 둘이 일어나
율동으로 사람들의 흥을 돋궈줍니다.
멋졌습니다.
즐거운 난장입니다.
이래서 우리에겐 민주주의가 필요하고 또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진행자는 촛불은 한번도 꺼진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촛불 혼자 거리를 지키기도 합니다.
물론 불꽃을 이리저리 흔들며
우리들이 어디에 와 있을까
여기저기 고개를 기웃거리며 살펴보고 있기는 했습니다.
가슴에는 조중동이 없는 세상에 대한 염원을 담고,
손엔 촛불을 들어 그 염원을 밝힙니다.
촛불이 가을날의 청계천변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아마 청계천의 물줄기가 촛불 소식을 싣고 흘러가 한강에 전하겠지요.
그럼 한강이 울끈불끈 주먹을 움켜쥘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1%만을 위한 정권을 청산하고
99%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한강처럼 도도만 물줄기가 되어 뜻을 모으고 소리치겠지요.
청계천에서 시작하여 광화문으로 흘러갔다가
잠시 이명박 정권이 어찌하나 두고본 촛불이
더이상 이 정권을 두고 볼 수가 없어
시작의 물줄기를 텄던 청계천에서 여전히 촛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사람들께 알려드립니다.
촛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