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는 붕어빵을 사먹으면
그건 그냥 붕어빵일 뿐이야.
그저 겨울 한철 궁금한 우리의 입을 달래주는
맛있는 간식거리일 뿐이지.
하지만 난 가끔 색다른 경험을 하곤 해.
그건 바로 붕어빵을 먹는 순간,
내 몸이 작은 연못으로 바뀌는 것이었어.
붕어는 고인 물을 좋아해서
흐르는 냇물보다는 연못에서 살거든.
흐르는 물에서라면 물의 보행이 크게 느려지는
수초가 무성한 곳에서 살곤해.
그래서인지 붕어빵을 먹고 나면
가끔 나는 작은 연못으로 바뀌곤 해.
설마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건 정말 그럴듯한 얘기야.
예전에 어릴 적 시골에서 살 때,
동네엔 사냥을 잘하는 한 아저씨가 있었어.
매번 사냥을 해서 새들을 많이 잡아 먹었지.
근데 그 아저씨, 어느 날 아이를 낳았는데
새처럼 발가락이 세 개인 아이가 나왔다는 괴담이 돈 적이 있었어.
우리는 그때부터 참새나 꿩같은 새고기는 꺼리기 시작했지.
그때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대로 우리가 바뀔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하곤 했어.
사실 우리는 은근히 먹는 것따라
우리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예쁜 과일을 먹으면 예뻐질 거라는 생각이 그런 경우지.
그러니 붕어빵을 먹으면
내가 붕어가 노니는 작은 연못으로 바뀌는 건
사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그래서 가끔 나는 붕어빵을 먹고나면 작은 연못이 되곤 해.
붕어빵은 달콤한 팥맛으로 혀끝을 자극하며 우리의 입을 만족시킨 뒤
결국은 그 맛을 미끼로 내 뱃속 깊숙이 뛰어들기에 이르지.
우리가 몇 입으로 나누어 베어먹곤 하지만 붕어빵에게 그건 아무 상관이 없어.
붕어빵은 얼마든지 조각난 제 몸을 이어붙일 수가 있어.
붕어빵은 점착성 체질을 가졌거든.
그러니 뜯어먹든 베어먹든 모두 삼켜주기만 하면 돼.
물론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기는 해.
가끔 빌어먹을 연인들이 한 마리를 반반씩 나눠먹는 경우가 있거든.
붕어빵에겐 다정한 연인들처럼 무서운 경우도 없어.
사실 고백하건데 나도 오래 전에 가끔 그런 몰지각한 짓을 했었어.
정말 붕어빵에겐 못할 짓이었지.
지금은 많이 반성하고 있어.
그런 재수옴붙은 경우만 피해가면
붕어빵은 얼마든지 내 뱃속으로 뛰어들어 합체신공을 발휘할 수가 있어.
그러고 나면 이제 붕어빵은 붕어가 되어 내 속을 헤엄치기 시작해.
내가 작은 연못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지.
그러니 내 속으로 들어간 붕어에게 나는 붕어의 생명력이야.
붕어가 어디 물밖에서 살 수 있겠어.
그런데 붕어빵은 탄생하는 순간 물밖으로 놓이는
딱하기 이를데 없는 운명이야.
불에 노릇노릇 구워질 때면 숨이 턱까지 차지.
하지만 붕어빵은 단팥을 꾸역꾸역 삼키면서 그 순간을 참고 견뎌내.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었다던 곰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참을 수가 있어.
단팥은 붕어빵에겐 피할 수 없는 고난이야.
단팥이 아니면 나를 유혹하기가 좀 힘들어지거든.
붕어빵이 그 힘겨움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내 뱃속으로 뛰어들어
다시금 생명력을 얻는 그 꿈의 순간 때문이야.
물론 붕어빵은 종종 그 꿈을 이루곤 해.
내가 작은 연못으로 바뀌면서 붕어의 생명력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지.
올겨울에도 난 가끔 거리에서 붕어빵을 만나면
꼭 몇마리씩 사먹으면서 붕어가 헤엄치는 작은 연못이 되어주겠어.
그때마다 나는 붕어의 생명력이야.
그건 붕어에게 생명을 주고 배도 두둑히 불리는 아주 좋은 일이기도 해.
난 겨울엔 꼭 붕어빵을 사먹으며 좋은 일을 해.
12 thoughts on “붕어빵”
붕어빵이 나를 유혹하는 계절이 돌아왔군요.
근데 이노무동네는 찬바람부는데 붕어빵 장사도 안보여요. ^^
얼마전 안국역에서 사먹은 붕어빵은 정말 맛났는데 붕어빵 사러 거기까지 가야하나???? ㅎㅎㅎ
울동네도 붕어빵 장사를 찾기가 힘들어요.
좀 걸어서 암사동까지 가야한다니까요.
저렇게 사진을 담으니 평소와 달리 보이네요.
붕어들의 눈이 많은 얘기를 담고 있어보여요.
담엔 먹을 때 뽀뽀한번 해주고 먹을라구요.
정말 살아있는 듯 실감나게… ㅋ
으악! 급하게 먹고싶어졌습니다 ㅠ_ㅠ
팥..,.,팥…. 아 단팥빵도 땡기고.. 흙;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빨리 달려가라고 해보겠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듯, 저 역시 겨울이면 붕어빵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었지요. 겉은 파삭거리면서 속은 쫄깃하면서도 말랑거리던 ‘붕어빵’ 아, 먹고싶네요…
붕어빵 먹을 때면 그 싱거운 농담도 빠뜨리지 않고 곁들이게 되지요. 붕어빵엔 왜 붕어가 없냐는…
붕어빵이나 국화빵은 추억을 먹는 것이기도 한 듯 싶어요.
우와.. 맛있겠다.. 한국에서는 1000원에 네개준다면, 다 못먹는다고 세개만 달라그러는데.. 지금은 다섯개 달라고 할거 같네요.
요즘은 천원에 세 마리, 2천원에 일곱 마리주더라구요.
이것도 파는 데마다 맛이 달라요.
올해 맛있는 곳을 하나 발견했는데 집에서 좀 멀어요.
그 작은 연못에서 저도 글에 취하여 항해를 해도 될까요?
모든 소재가 다 멋진 글로 변하는 것 같아요^^*
며칠전에 딸아이가 붕어빵을 사들고 왔는데
그녀가 마지막 한마리를 나누어 먹자며 반을 제게 주길레
제가 어찌이런 무지막지한 짓을 하면서
낄낄 거리고 웃었어요.
아마 오늘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