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출근

Photo by Kim Dong Won

그녀가 매일매일 출근을 한다.
장미넝쿨의 너머에서 손을 흔들어 주고는 회사로 출근을 한다.
결혼초에도 그랬다.
그때도 그녀는 출근을 하고
나는 하루 종일 방구석을 지키거나
근처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때 나는 혼자의 시간, 다시 말하여 하나의 시간에 익숙했었다.
그녀가 사무실을 내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거의 24시간을 그녀와 붙어 있게 되었다.
같이 출근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퇴근하여, 같이 잠자는 둘의 시간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둘의 시간 속에서 나는 둘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제 다시 결혼초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둘의 시간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었던지
결혼초와 달리 아직까지는 잘 적응이 안되고 있다.
가끔 혼자 여행을 한 적은 있었으나
그녀를 집안에 두고 여행을 할 때는 마음의 느낌이 다르다.
그녀가 집에 있을 때는
내가 어디를 가도 그녀는 내 안의 그녀이다.
그러나 그녀가 출근을 하는 순간부터
그 느낌은 지워져 버린다.
그때부터 그녀는 내 바깥의 그녀가 되어 버린다.
그녀가 내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이런 느낌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이러한 느낌의 차이와 그 연유를 익숙함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집은 내게 속속들이 익숙한 공간이다.
같이 일할 때는 우리의 사무실도 내게 아주 익숙한 공간이었다.
내게도 아주 익숙한 공간에 그녀가 있을 때는
그녀가 보이지 않아도
아마도 내 몸은 그녀가 보이는 듯 그녀를 체감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제 그녀가 내가 전혀 모르는 회사의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에겐 둘이 아니라 하나의 시간이 주어진다.
아직까진 그 하나의 시간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고보니 어느 토요일날,
그녀가 집에 있을 때,
여자를 만나고 들어왔다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던 날의 일이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녀도 둘의 시간에 너무 익숙하여,
나처럼 하나의 시간이 어색했을 것이다.
아니, 나아가 그 하나의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었던게 분명하다.
지난 해 내가 혼자 여기저기를 떠돌 때도
그녀는 힘들고 외로웠을 게 분명하다.
그렇게 보면 여행을 하면서도
악착같이 그날 저녁에 꼭 집으로 돌아오곤 했던 내 습관은
정말 다행스런 버릇이었다.
어쨌거나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둘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몸에 체감된 하나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내 생각에 그녀가 바깥에서 일을 하는 동안은
마치 내가 혼자 여행을 할 때 그랬듯이,
내가 그녀의 안에 내내 같이 있을 것만 같다.
둘이 몸에 새겨져 서로 하나가 되어버리면
그때부터는 떼어내기가 어려워진다.
그녀가 출근을 하고 이제 나 하나의 시간 속에 있다보면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안의 그녀가 출근하여 매일매일 바깥으로 나가고 있다.

2 thoughts on “그녀의 출근

  1. 장미가 한창이겠네요?^^
    저희동네 넝쿨 장미보면서 김동원님네 집에도 피었겠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여자를 만나고와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하셨는데
    저같음 집에 발도 못들이게 했을거에요.ㅋㅋ

    1. 올해는 특히 많이 피었어요.
      사진은 찍어 놓았는데 아직 덧붙일 글을 못썼네요.

      여자 문제는 아무래도 이해받기 어렵죠.
      나의 그녀는 자존심이 새서 기분나빠 하면서도 그걸 기분나빠하는 자신을 더 속상해 하기도 하구요.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나는 사람 사귀는게 까다로운 편인데 이번에는 너무 오랜만에 내 감각을 새롭게 해주는 사람을 만난 거라 나의 그녀에게 이 문제도 좀 이해를 받고 싶더군요.

      어쨌거나 저는 별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쉽게 여길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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