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나는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말했었다.
“동원이 형은 스케이트를 가르쳐준다고
내 손을 잡고 얼음판 위로 불러내더니
나를 얼음판 한가운데 세워놓고
비겁하게 자기 혼자 도망가 버렸어요.”
직접 들은 것은 아니었고, 한치 건너 들었다.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그 말을 했다고 내 친구가 그녀의 말을 전했다.
그녀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나는 다소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의 반응은 “그래, 한 6개월 정도 살아보는 건 괜찮겠지”라는 것이었고,
그녀는 “어, 형, 결혼앞둔 처자한테 너무 심한 악담이네”라며 웃었다.
그 날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탔을 때,
그녀는 버스가 시야에서 지워질 때까지 내내 버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혼했다.
결혼하고 6개월 뒤에도 그녀는 여전히 결혼한 여자였다.
결혼하고 2년쯤 지난 뒤, 영국에서 날라온 그녀의 편지 한 통을 받았고,
그냥 하루하루 견디면서 살고 있다는 편지 속의 그녀는 영국에 유학 중이었다.
그 뒤 나는 결혼을 했고, 그녀 또한 여전히 결혼한 여자로 살고 있다.
가끔 그 여자 생각이 난다.
8 thoughts on “옛날 여자 생각”
시월의 마지막 밤에는 술집 주인도 공연히 울적해져서
장사 팽개치고 다른 집에 가서 술잔을 기울인다고 하더군요.
그게 다 잊혀진 계절 때문입니다.
이용효과인 건가요.
그 친구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 노래도 별로 안좋아한다는…
아~ 그 신비로운 결혼…
정말 하기 힘드네요 ^^;;
고수님들의 말씀에
초보인 제가 풀려고 하면 다칠까봐 평생 지고 가야될까 생각해 봅니다.
결혼은 수영도 못하면서 물에 뛰어드는 용기 비슷한 거죠.
일단 물에 뛰어들어야 해요.
물밖에서 수영을 완벽하게 배운 다음에 물에 뛰어들려고 했다가는 평생 수영을 못배웁니다. 물에 들어가야 수영을 배우는 거죠. 그래서 일단 결혼의 신비를 풀려면 그 전에 풀려고 하지 말고 일단 결혼을 해야 하는 거랍니다.
자자, 빨리들 결혼합시다.
이 글이 1234번째 글이네요 ㅎ
세월따라 다음 순번의, 그때그때 맞춰 생각을 하지만
가끔 옛 생각이 나기도 하구요.
간밤엔 세 처녀의 밤시간 동안
결혼에 대한 풀리지않는 신비를 논했네요 ㅋ
결혼의 신비는 결혼한 사람도 못풀어요.
‘가끔 그 남자 생각이 난다’, 라고 쓰고 싶네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네 귀퉁이가 낡은 흑백 사진 한 장을 들여다 보면서 눈이 빨갛게 물드는 나이가 아닐까요. 이용의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 날의 마지막 밤을’을 들으면서 가슴이 시큰해 지는 것 같은……
달력이 딱 두 장 남았습니다.
쓸쓸한 느낌이 10월의 마지막 날짜에 묻어서 전해져 옵니다.
저는 10월의 마지막밤을 어제보내고 11월의 첫날에 서 있습니다.
어제는 비도 오고 많이 흐리더니 오늘은 쨍하군요.
11월의 풍경이 어떻게 펼쳐져 있는지 카메라들고 한번 나가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