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는 사실 그냥 꽃이 아니예요.
그 꽃은 봄을 몰고 오는 꽃이예요.
그래서 진달래를 마주하면 사람들은
진달래가 그 여린 손으로 훠이훠이 몰고온 봄을 선물받게 되죠.
은행잎도 그냥 잎이 아니예요.
그건 가을을 손에 쥐고 오는 잎이예요.
그래서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마주하면 사람들은
은행잎이 그 작은 손에 얹어서 내미는 가을을 선물받게 되죠.
하지만 장미가 피는 5월엔 얘기가 좀 달라져요.
사람들은 장미가 피었다고 초여름을 선물받았다고 여기는 법은 없어요.
장미를 마주하면 사람들은 그 꽃에서 뜨거운 사랑의 열정을 선물받아요.
장미는 5월에 피지만 한번도 사람들에게 계절을 선물하는 법이 없어요.
언제나 장미의 선물은 뜨거운 사랑이예요.
그 5월의 장미가 가을에 피었어요.
이건 순전히 당신 때문이예요.
가을만 되면 당신이 쓸쓸함을 앓고 있으니까요.
장미는 그 쓸쓸한 가을을 뜨거운 사랑으로 버무려
당신의 가을이 쓸쓸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을에 붉은 꽃을 피우고 당신 앞에 섰지요.
이런이런, 장미가 붉은 꽃을 바쳐도 당신의 가을은 여전히 쓸쓸하시군요.
가을의 위력은 역시 대단해요.
꽃피던 오뉴월을 날씨보다 더 뜨겁게 달구었던 그 붉은 사랑의 열정도
가을의 쓸쓸함 앞에선 무기력하기만 하군요.
약발이 전혀 먹히질 않아요.
하지만 당신, 기억해 주세요.
당신이 앓는 쓸쓸함이 안스러워
5월의 장미가 쌀쌀한 날씨도 마다않고
사랑으로 버무린 가을을 들고 당신 앞에 섰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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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사랑에 버무린 가을”
쓸쓸한 가을에 사랑을 버무린 장미가 곁에서 위로해 주니
참 복이 많으십니다.
혹시 어느날 갑자기 장미가 사라지면 제가 파간 줄 아십시오.
늦었어요. 이젠 시든 걸요.
참으로 고마운 장미네요.
늦게까지 쌀쌀한 바람 맞으며 꽃을 피우는…
지나가실 일 계시면 칭찬 한마디 전해주세요^^
아침마다 이층 베란다에서 얼굴 맞대는 걸요.
바깥만 내다보고 있어 뒤통수만 봐야하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