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색의 계절이다.
가을의 색은 화려하면서도 쓸쓸하다.
쓸쓸함은 사라지는 것들의 쓸쓸함이다.
가을산을 바라보다 그녀에게 묻는다.
“색으로 보면 가을은 참 화려한데
왜 또 한편으로 쓸쓸한 거지?”
그녀가 말했다.
“추워서 그래.”
하긴 가을은 바람끝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냉기를 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바람은
그 서늘함으로 얼마든지 사람들의 마음을 도려내
가슴 한가운데를 뻥 뚫어놓을 수 있다.
생각해보니 봄은 꽃이 피는 계절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바람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가을 바람은 냉기가 곤두서 있어서
그 앞에선 우리들의 피부가 서서히 긴장하기 시작한다.
냉기는 일종의 칼과 같아서 날이 파랗게 일어서곤 한다.
칼앞에선 누구나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봄바람 속엔 냉기대신 온기가 있다.
온기는 날을 세우는 법이 없다.
몸의 잔털도 온기 앞에선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누워 빈둥거린다.
봄에도 꽃이 피었다지지만 가을만큼 쓸쓸하지 않은 것은
봄은 따뜻하기 때문이다.
아마 쓸쓸함을 체온으로 짚어낸다면
우리들의 손엔 쌀쌀한 냉기가 묻어날 것이다.
그 냉기가 바로 화려한 가을의 색에 쓸쓸함을 덧씌우는 범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을은
둘의 힘으로 그 화려한 색앞에 서야하는 계절이다.
둘도 가급적 서로 꼭 껴안아
체온으로 서로를 따듯하게 덮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서로 껴안고 가는 둘이 좋은 계절,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계절, 가을이다.
4 thoughts on “가을의 색, 그 화려함과 쓸쓸함”
일전에 말씀하신대로 햇볕정책은 옷을 벗게 만들지만
겨울에는 영 힘을 못쓰는 것 같습니다.
사랑도 월동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계절입니다.
꼭 벗고 부등켜 안아야 맛은 아니니까요. ㅋ
가을의 추위는 겨울을 알리는 신호…
여름에 꼭 붙어 걷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주는 신호같네요.
차가운 손을 붙잡는 따뜻함이 없다면,
저에게 겨울은 분명 정말 맞이하기 싫은 계절이 되어버렸을 겁니다.
그래도 역시 단풍과 눈은 정말 좋아요- ㅎㅎ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재회하는 감격을 한번 누리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