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과 햇볕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1월 11일 서울 삼각산(북한산)의 인수암에서


삼각산 오르다
인수암에서 잠시 숨돌리며
서울을 내려다 본다.
나뭇가지 사이로
서울의 집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저녁이 삼각산 그림자를
빗자루의 솔삼아 서울로 내리더니
하루 종일 하얗게 뿌려놓았던 햇볕을
조금씩 조금씩 쓸어담는다.
이제 거의 절반 정도 쓸어담았다.

다시 또 산을 오른다.
오르다 돌아보니
그 사이 서울은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고 옆으로 나왔고,
그 사이 저녁은
이제 햇볕을 모두 쓸어담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1월 11일 서울의 삼각산(북한산)에서

4 thoughts on “저녁과 햇볕

  1. 동원님 사진 맘속에 꼭 담아 갑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건강하시던 때는 저 산에 자주 올랐었는데,
    이젠 가 본지 아주 오래되었네요.
    사진을 보면서 옛날을 추억해 보았습니다.

    1. 안녕하세요, 곰피디님.
      저도 아주 오랜만에 갔는데
      아주 운좋게 달도 보고 석양도 보고 그랬어요.
      아버지를 업고 내려가는 청년도 한 명 있었어요.
      간만에 간 북한산이 참 좋았습니다.
      북한산 단풍을 정리해서 선물해 드려야 겠네요.

  2. 산 아래 펼쳐진 마을의 모습이 다를 뿐, 태평양 건너 이곳과 저녁 풍경이 비슷합니다.
    서쪽으로 운전을 하면서 달리다 보면 지평선 끝으로 낮 동안 하얗게 뿌려 놓았던 햇살이 붉은 기운을 받아 황홀하게 펼쳐져 있지요. 참 아름답습니다.

    동원님의 사진 속에서 고향의 산과 하늘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밥은 걸러도 이곳은 건너 뛰지 못하고 있답니다. 오늘도 일번으로 출석 도장 찍고 갑니다. ㅎㅎ

    1. 들러주시는 거 고마워요.
      어떤 사람 블로그를 방문했더니
      자기가 댓글을 하나 달아놓았더라구요.
      “이게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이구나”라구요.
      한참 웃었죠.
      사람들하고 왔다갔다 하면서 사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

      사람이란게 참 이상해서 새로운 곳에 가고 싶어하면서
      또 익숙한 풍경이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어요.
      북한산에 참 오래간만에 갔는데 올라가면서
      기억과 맞아 떨어지는 풍경들을 보니까 저도 무지 반갑더라구요.
      도선사들어가는 입구의 담들을 보니
      가을인데도 봄에 그곳의 개나리가 참 예쁜데 하는 생각까지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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