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오르는 길,
커다란 바위 하나 땅에 엎드려
길을 등에 짊어지고 있다.
나는 그 등의 길을 밟고 산을 오르고,
또 누구는 그 등의 길을 밟고 산을 내려온다.
다시 또 북한산 오르는 길,
산을 오르다 단풍에 눈이 홀려
길옆으로 걸음이 샌다.
커다란 바위 하나 땅에 엎드려
옆으로 짧게 길 하나 내준다.
사진찍다 다리가 아파 그 자리에 앉았더니
바위가 엉덩이 밑으로 곧바로 의자 하나 받쳐준다.
**오규원의 시 「산과 길」에 나오는
“굴러 내린 돌은 그러나/
길이 버리지 못하고/
들고 있다”에서 느낌을 가져와 변주했음.
6 thoughts on “바위와 길”
길은 바위를 아직도 들고 있네요.
예전 금강산에 갔을 때 산길이 울퉁불퉁하니까 북한사람들이 공구리를 치고 있더군요.
아마 현대에 소속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관광객이 편하라고 공구리를 치는 것 같던데
그 모습을 보면서 이 곳도 사람 손을 타서 곧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더군요.
길은 더 이상 바위를 들고 있지 않는 산길을 만날지도 모르겠습니다.ㅜㅜ
요즘은 나무로 계단을 만들던데 그게 더 좋은 거 같아요.
약간 지상으로 띄워서 계단을 만드니까 밑에 생물체들도 살 수 있더군요.
한라산 갔을 때 보니까 평평한 길도 그렇게 만들었던데 인상적이었어요.
처음 상경했을때 매주 혼자서 북한산 길을 걸었어요. 길게 혹은 짧게…방문에 지도를 복사해서 붙여놓고 내가 걸었던 길들을 이어갔지요. 그럼 그 길들이 실핏줄처럼 살아나 생명을 얻어 온 몸을 돌기 시작했던 시절이었지요. 북한산장에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때 옥상에서 보던 달빛이 쏟아지던 인수봉… 언젠가 다시 한번 보고 싶은 풍경인데 이젠 꿈이지 싶습니다. 북한산 아래 동네에서 살고 싶었는데, 점점 더 멀어지네요.
제가 내일 올리려고 쓰고 있는 글하고 너무 내용이 비슷해요… 아니, 더 실감나네요… 선수뺐겼어요. 그래도 올릴 겁니다… 달빛과는 아직 얼마든지 재회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 간 날 일몰 찍고 내려오는 바람에 달빛따라 걸었거든요. 부엉이 울음소리도 듣고… 대신 남한산을 얻으셨잖아요.
저 길, 눈에 익은 길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저도 산을 자주 올랐었지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오를 수 있는 산…
이곳은 마음만 먹어선 안 된답니다.
산이 멀리 있어서 ‘큰 ‘마음을 먹어야 하고, 특별히 시간을 내야 하고,
산을 오르기 위해 퍼밋을 사야 하고… 번거롭지요.
눈으로만 바라 보아도 정겨운 길 하나 마음 속으로 들어 옵니다.
이번에 람사르 총회 때문에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많이 왔나봐요. 그 중 한 사람이 북한산처럼 사람이 많이 찾으면서도 잘 보존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했다더군요.
그래도 가끔 북한산이 등산객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뉴스에 나오곤 해요. 외국에 한번도 나가보질 못해서 다른 나라의 산은 어떨까 궁금하곤 해요.
결혼하고 북한산 밑에서 살았던 관계로 저도 참 낯익은 산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