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 단풍

어느 한날, 차를 몰고 두물머리로 나갔다.
나가는 길에 보았더니
팔당 강변의 양쪽으로 검단산과 예봉산의 단풍이 아주 고왔다.
자연스럽게 조금 더 나가면 단풍이 더욱 고울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하지만 더 나가니 단풍의 색은 오히려 탁해졌다.
서울 가까운 곳의 단풍이 더 곱다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검단산이나 예봉산을 찾아 단풍을 사진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11월 9일 일요일, 흐린 날씨가 오후에 개였다.
반짝 얼굴을 내민 햇볕을 보고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 예봉산으로 나섰다.

Photo by Kim Dong Won

길을 오르다 자꾸 걸음을 멈추게 된다.
나무들 사이에서 바람에 잔잔하게 흔들리고 있는 단풍 때문이다.
가을은 숲속에서 색색의 잔물결이 이는 계절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아니다, 가을은 숲속에서
색색의 분수가 솟구치는 계절이다.
(으, 상상력 빈약해.)

Photo by Kim Dong Won

산을 오르다 보면 종종
완전히 단풍에 둘러쌓이게 된다.
잠시 황홀해진다.

Photo by Kim Dong Won

단풍숲을 가니 두 가지 즐거움이 있다.
그 품안에 안기는 즐거움이 하나이고,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즐거움이 둘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단풍이 아래로 쏟아져 내려가
강을 건넌 뒤 마을로 간다.
아래쪽으로 보이는 다리는 팔당대교,
건너편 산은 검단산이다.
검단산 아래 모여있는 아파트촌에 아는 사람들이 산다.
예봉산의 가을색을 선물삼아 챙긴다.

Photo by Kim Dong Won

예봉산에 올랐다 적갑산으로 가는 길에 보니
길 하나가 유연하게 허리를 비틀며 숲으로 들어오고 있다.
폭이 넓어 여유있게 걸을 수 있을 듯싶다.
눈에는 빤히 보였지만 내려가는 길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단풍숲이 그 품에 묻어놓은 길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초록이 초록 속에 묻혀있을 때는 색이 아니더니
잎들을 다 털어낸 빈 나무들 사이에 홀로 있으니
초록도 분명한 색이다.
그것도 그냥 색이 아니라 예쁜 색이다.

Photo by Kim Dong Won

가을의 마술.
잎을 졸지에 꽃으로 바꾸어놓는다.

Photo by Kim Dong Won

갈색으로 물든 단풍 하나가 길게 목을 뺀다.
빈가지 사이로 멀리 양수리가 보인다.
새로 다리를 놓고 있는 곳이다.
나무는 그 다리를
잎의 색을 갈색으로 바꾸는 동안
다리가 이만큼 강을 건너갔다고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Photo by Kim Dong Won

붉은 단풍이 우르르
사태난 눈처럼 지상으로 흘러내린다.
붉은 가을이 지상으로 미끄러진다.
지나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 바라보았다.

4 thoughts on “예봉산 단풍

  1. 단풍을 보러 멀리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 풍경을 담은 그림들을 보면 언제나 좋네요.
    참, 어제 사진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 블로그에 남기신 댓글은 비밀댓글로 해야할 것 같은디요?
    다른 분들이 막~ 보면 싫어하실 분들도 있을 거 같아서요.
    그리고 항상 감사합니다. ^^

  2. 모든 것이 내려앉는 요즘, 단풍은 제 빛깔을 곱게 물들이며 성실하게 한 해를 갈무리 하고 있군요. 가을만의 색깔을 잔잔히 품고서… 동원님 뒤를 따라서 예봉산의 단풍 구경 참 잘했습니다.

    1. 날씨가 겨울로 접어든 날을 밤늦게 걸어들어온 뒤 보니까 가을색이 포근해 보이는 듯 합니다. 그래도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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