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지난 바닷가에 가면
여름은 오래전에 떠나고 없을 줄 알았다.
철지난 바닷가에 갔더니
여름이 떠난 것이 아니라
해변 한귀퉁이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한계절 사람들과 뜨겁게 놀다가
때가 되면 여름이 떠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람들이 한철 바닷가에서 놀다가
여름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었다.
철지난 바닷가가 쓸쓸한 것은
버림받은 여름이 그곳에 내팽개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내년 여름이면 또 여름은 사람들과 어울려
내가 언제 버림받았냐는 듯이
뜨겁게 놀터이니.
2 thoughts on “내팽개쳐진 여름”
그러고보면 여름만큼 자존심을 낮추는 계절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남녀노소 구면이건 초면이건 가리지 않고 다 받아주니 말입니다.
매번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는데도 상처를 받지 않은건지
아님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또 반갑게 맞아줍니다.
우리는 실컷 가지고 놀다 팽하고 돌아서지만
여름은 사연을 숨긴채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네요.
일단 지나가고 나면 과거의 상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듯 싶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