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이 그 가는 줄기로
꽃밭 가장자리의 나무 울타리를 말고 올라갔습니다.
나팔꽃이 감고 올라가자
푸른 색이 칠해진 울타리의 나무는
누군가의 기다란 목이 됩니다.
나팔꽃은 그 목을 감고 올라가선
그 목에 목걸이를 걸어줍니다.
푸른 잎사귀 하나와
꽃을 떨어뜨리고 난 뒤
씨방을 키워 만든 씨앗 두 개는
그 목걸이의 장식이 되었습니다.
그 목걸이를 걸어주기 위해
그렇게 울타리의 나무를
감싸고 올라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팔꽃 줄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중간중간 이파리를 남겨두곤 합니다.
남겨두고 간 이파리 두 개가
가을 햇볕을 받으며 소근댑니다.
오늘 햇볕에선 유난히 가을 냄새가
진하게 나는 듯 하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중간에 남겨놓은 나뭇잎은
위로 끊임없이 올라가야 하는 삶의 길에서
나팔꽃이 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고르는 시간입니다.
나팔꽃도 그저 위로만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잎을 남겨 호흡을 고르곤 합니다.
5 thoughts on “나팔꽃의 잎과 줄기”
또 하트를 발견하셨네요.
저 같으면 뭥미~~하면서 지나쳤겠지만 역시 사랑의 눈을 가지고 계셔서
그런지 하트만 보이시나 봅니다.
잎들은 대게 다 하트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듯 싶어요.
가장 끝내주었던 것은 역시 조개 껍질 속에 모래로 담아놓은 거였지요.
다 시인들에게 배워서 그렇게 되었죠.
시인들은 대개 세상의 전복을 꿈꾸면서
항상 그 전복의 힘으로 작고 여린 것을 내세우곤 하니까요.
나뭇잎 두 장의 소곤소곤 나눔이 들리는 것 같아요.
지난 가을볕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요.
가을 빛깔을 곱게 머금은 나팔꽃 두 장 참으로 다정해 보이네요.
사실은 위의 사진을 찍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있는 연인이 떠올랐고, 아래 사진에서도 벤치에 앉아 햇볕을 받으며 소근소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연인이나 부부가 떠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