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곱과 정사각형

Photo by Kim Dong Won


아마도 제곱이란 말을 듣고
사각형을 떠올리는 학생은 없을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면 우리는
“제 스스로를 곱한 수”란 말이 떠오를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쪽 학생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제곱은 영어로는 스퀘어(square)이니
자연스럽게 네 변이 모두 같은 반듯한 정사각형이 떠오르게 된다.
가끔 영어로 되어있는 수학책을 들여다보는데
중학생용으로 나와 있는 한 쉽고 친절한 수학책에 그렇게 되어 있었다.
제곱이라고 하면 아마도 네 변이 모두 같은
반듯한 상자 모양이 생각날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제곱과 제곱근을 이해하는데 있어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난 한번도 제곱을 배우면서 정사각형을 떠올린 적이 없었다.
우리에겐 2의 제곱이라고 하면
2를 두 번 곱한 수였고,
그래서 우리는 2 곱하기 2를 하여 4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세상의 어느 곳에선 2의 스퀘어라고 하면
한 변이 2cm인 정사각형이 되고(오, 단위에 집착하지 마시라. cm는 그냥 썼다),
답은 그 정사각형의 면적이 된다.
계산은 똑같아서 2 곱하기 2를 하여 4를 답으로 내놓게 된다.
한쪽의 말은 그 말로 지시하고자 하는 정의를 포함하고 있고,
다른 한쪽의 말엔 그 말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의 그림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제곱이란 말을 마주하고 곱하기 준비를 할 때
어느 세상에선 정사각형을 떠올린다.
우리에겐 제곱근, 그러니까 제곱의 뿌리이지만
어느 세상에선 같은 상황에서 정사각형의 뿌리를 생각한다.
정사각형의 뿌리는 한 변의 길이이다.
그 한 변의 길이가 차곡차곡 쌓여 정사각형을 이룬다.
우리가 제곱과 제곱근(혹은 루트) 사이를 왔다갔다 할 때,
한 쪽에선 정사각형의 면적과 한 변의 길이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어디에서나 같은 답을 내놓지만
말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8 thoughts on “제곱과 정사각형

  1. 겨울학기부터 거의 6년을 놓았던 수학을 다시 수강해야하는데…
    참,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

    언젠가부터 수학을 이렇게 싫어하게 된건지..-_-;;

    헌데 아시아인이 수학을 잘한다는 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계산이 빠르다는 건가…
    그렇다고 상상력을 동원하는 수학을 배우는 서양쪽이
    계산이 느리다고도 할 수 없으니 손해보는 느낌이네요. 킁.

  2. 수학이라는 학문이 한국땅에 와서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수학과 철학은 절친 사이인데 우리는 그걸 모두 외우고 있으니 말입니다.
    또 그렇게 외운 건 시험 볼 때만 써먹지 실생활에서는 영 도움이 되질 않더라고요.
    대학시절 공돌이들은 복잡한 전자계산기를 하나씩 가지고 시험을 봤지만,
    지금은 사칙연산만 되는 계산기로도 어려움 없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1. 수학책에 글쎄 더하기 빼기를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이 나와있었는데… 계산기나 컴퓨터 사용하면 된다고 되어 있었어요. 그러니 알고보면 지금 가장 수학적인 방법으로 사칙연산을 하시는 거예요.

  3. 저는 수학이 세상에서 가장 쉽다고 생각다면
    많은 분들한테 혼나겠네요.
    항상 답이 있쟎아요!
    저는 딸딸 외우는 과목은 제일 싫어 하거든요.

    1. 저는 수학을 별로 싫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아요. 근데 수학을 둘러싼 언어가 제 관심의 대상이라 종종 들여보곤 합니다. 말의 차이가 수학에 대한 접근 태도도 달리 만드는 것 같아서요.

  4. 수학은 여전히 어려운 것 같아요.
    제곱과 정사각형과의 관계라… 왠지 철학적인 물음 같이 들리는데요…
    요즘은 산수도 잘 안 되어서 애를 먹고 있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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