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가을이 찾아 왔습니다.
나무는 노란색으로 가을을 맞았습니다.
어떤 나무는 붉은 색으로 가을을 맞기도 합니다.
아마 봄이 찾아왔을 땐
거의 모두가 연두빛으로 봄을 맞았겠지요.
여름이 찾아왔을 땐
진초록으로 여름맞이를 했을 겁니다.
지금쯤 다시 가보면
겨울이 찾아와 있겠지요.
겨울은 모든 색을 비운채 맞이하고 있을 겁니다.
나무는 가장 화려한 색으로 가을을 맞았다가
가장 추운 계절에 모든 색을 벗어버립니다.
춥고 시린 계절은 맨몸으로 안아주어야 하는가 봅니다.
8 thoughts on “나무의 계절맞이”
이곳에 오면 노란 색 물결을 볼 수 있어 더 반갑습니다. 다섯 살 먹은 제 딸이 노란색과 분홍색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선생님의 사진과 글을 무척 좋아하는 저이지만, 그 속에서 제 딸을 떠올리는 걸 보면 ‘저와 제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생각하는 일이 쉽지 않은 듯합니다.
그건 가족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노란색이 가족의 테두리로 확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아빠에게 있어 노란색은 가을 나무의 단풍이 가진 색이 아니라 그 아빠의 딸이 좋아하는 색이 되니까요. 가을나무를 보며 색을 딸을 위해 챙기는 아빠는 멋진 아빠입니다. 가을나무나 개나리도 아마 좋아할 걸요. 아이에게 제 색을 선물로 챙겨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정말 춥고 시린 계절은 온몸으로 안아주어야 합니다.
돈다발로 처발라 주면 좋겠지만
차라리 개구리 겨드랑이에 털이 나는 게 빠르다는 걸 아니
가지고 있는 몸뚱어리로라도 안아주어야 합니다.
맨몸으로 서로 안기만 해도
체온으로 나누는 행복이
그 무엇보다 크다는 것이 증명이 되기도 하지요.
가슴이 시원~ 해 지는 장면이네요.
이틀 째 집에 있는 히키코모리놀이…
내일은 집 밖으로 뛰쳐나가야겠어요!
맑은 하늘이 반겨주겠지요? 하하.
히키코모리 놀이는 딸한테 물어봐야 했어요.
저도 집과 근처의 대형 할인점만 왔다갔다 하면서 며칠을 보내고 있어요.
일단 오늘은 저녁 때 나가서 사람들과 놀아보려구요. 카메라갖고 노는 촬영놀이라서… 재미날 듯.
마종기 시인의 <겨울기도 1>란 시가 문득 생각이 나네요.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겨울기도 1> 중에서 마종기)
가장 추운 계절에 자신의 빛깔을 벗고 맨몸으로 겨울을 맞는 나무들…
뜨거운 여름과 풍성하고 넉넉했던 가을의 미련을 뒤로하고 동안거에 들어가는 나무들의 쉼 또한 그분의 은혜가 아닐런지요.
그러고 보니 겨울이 자기 색에 대한 모든 미련을 접고
서로 맨몸으로 껴안는 계절인가봐요.
하긴 싸우다가도 서로 껴안으면 갑자기 편안해지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