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의 가을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1월 2일 경기도 하남의 고골에서

담쟁이의 여름은
위로 조금씩 조금씩 흘러갔다.
푸른 걸음이었다.

가을에 이르자
담쟁이는 푸른 걸음을 멈추었다.

담쟁이가 걸음을 멈추자
마지막 걸음을 내딘 자리가
이제 시작의 자리가 되었고,
그곳에서 붉은 샘이 시작되어
아래로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붉은 가을은
걸음을 떼었던 뿌리로 돌아왔다.

담쟁이는 온여름내 위로 푸르게 흘러갔다가
가을엔 붉게 아래로 흘러 다시 뿌리로 돌아왔다.

4 thoughts on “담쟁이의 가을

  1. 보통 쟁이라는 말은 일가견이 있는 이들에게 붙여주는데
    담쟁이도 그래서 쟁이라는 말이 붙었나 봅니다.

    1. 올해는 단풍색이 곱지 않은 편이었는데 담쟁이가 가을에 곱게 물들었을 때는 정말 티끌없는 빨간색을 보여 주곤 해요. 그 색 참 매력적이더군요. 그렇게 티끌없이 붉은 담쟁이는 몇년전에 딱 한번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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