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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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6일 서울 종로의 바그다드 카페에서


원효: 무덤 곁에서 자다 목이 말라
고여있는 물을 손으로 떠서 마셨는데 아주 달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물 속에 해골이 있었다.
갑자기 속이 미식거렸다.
모르고 마셨을 때 달던 물이
해골을 보고 나니 울렁거린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그럼 어찌 살아야 합니까?

원효: 눈 딱 감고 살어!

–아~씨, 뭐야. 그 얘기였어?
하긴 눈감고 들으니 음악도 더 감미롭기는 하더라.

12 thoughts on “원효의 대답

  1. 피가 철철 끓던 청춘 시절에는 눈을 뜨고 있어도 눈에 보이는 게 없었지만
    그 시절도 잠시.
    눈 딱 감고 살고 싶어도 고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1. 감아주어야 할 때 슬쩍 감아주는 눈이 삶의 숨통이 되기도 하고,
      감아주지 말아야 할 때 질끈 감아버리는 눈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가 되기도 하고… 이것도 역시 타이밍이 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2. 인간이 갖은 감각중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감각이 시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 참 많이 했는데 원효는 어찌하여 눈감고 살라 했을까요…

    1. 모임나가서 제일 많이 취했던 날 같아요.
      들어가면서도 얄라님한테 계속 떠들었던 듯.
      뭐 이번에 신세를 톡톡히 갚기는 했지만… ㅋ

  3. 눈 감고 뭔가 감미로운 음악에 취한 듯… 보이는 동원님의 얼굴이 혹 원효의 얼굴이 아니신지요. ‘눈 딱 감고 살어’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1. 오늘 저녁, 내일 연속으로 교회에 사진찍으러 갑니다.
      어쨌거나 성탄 축하 행사와 함께 보낼 듯.
      세번째 말은 해독하는데 좀 걸렸어요.
      바둑이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세랑님 결혼식 때 봤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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