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의 나라가 있다고 들었다.
발밑에 잘 꿰매두지 않으면
그림자가 도망을 치는 나라.
난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림자는 어떻게 하여 도망을 치게 되었을까.
발밑에 꿰매둔 실밥이 풀려나간게 직접적 원인이 되었겠지만
혹 어둠이 피터팬의 그림자를 지워버리겠다고 달려들었는데
피터팬이 제 그림자를 지키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피터팬이 스스로 빛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빛은 환하지만 그 환한 빛으로
제 그림자를 가져가진 못한다.
빛을 꿈꾸면 눈부신 빛은 가질 수 있지만
자기 그림자는 잃고 만다.
자기 그림자를 갖기 위해선 다른 빛을 빌려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찍으면서 노는 곳, 드레스 카페.
천정에서 작은 전등불 하나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그 그림자는 옆의 다른 전등불이 챙겨주고 있다.
홀로 빛나려 했다면
빛은 가질 수 있었겠지만
제 그림자는 잃었을 것이다.
서로 함께 빛날 때,
그림자와 빛을 모두 가질 수 있다.
그림자가 도망친 피터팬의 나라는
아마도 어둠이 그림자를 지우겠다고 달려든 나라이거나
나 홀로만 빛으로 빛나겠다고 서로 다투는 나라였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우리들이 잃어버린 나라,
함께 빛나면서 서로 빛과 그림자를 모두 챙겨주는 나라,
그게 바로 피터팬이 찾아나선 도망친 그림자에 깃든 꿈이었을 것이다.
4 thoughts on “전등과 그림자”
작년 12월 19일에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던 나라가 절단이 났습니다.
오히려 그림자만 놔두고 피터팬이 도망간 것 같습니다.
그 일 년 후 사실로 증명된 것이 슬픕니다.
돌아와라 피터팬. 그림자 줄여놨다…
고 쏜데이 서울에 광고라도 내야겠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결국에는 후크가 결딴나니까요.
이렇게 심오할 수가…
전 빛을 바라보며 등뒤의 그림자를 두려합니다.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갖으려는 저는 욕심쟁이인가 합니다.
아니, 빛과 그림자를 모두갖은 없는게 없는 사람입니다!
사진 찍으면서 노는 자리였는데 소품들에 이상하게 눈이 갔다는…
나도 참 취미도 괴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