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선물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 산타에게 선물받았다.
다 커서 산타에게 선물받기는 처음이다.
아침에 일어나 내 방으로 들어가보니
컴퓨터 자판 위에 놓여있었다.
처음엔 그녀가 보낸 선물인가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 집안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 산타였다.
산타가 사라지고 나자 본인이 직접 산타로 나섰나 보다.
풀어보니 목걸이다.
나중에 그녀에게 들은 사연에 의하면
딸과 그녀는 몇년 전에 둘이
내가 받은 것과 비슷한 목걸이를 마련했단다.
딸은 우리 가족 모두가
그 목걸이를 똑같이 하나씩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올해의 산타는 딸의 그 바람을
내게 보내준 선물 속에 담아보냈다.
내가 적응못하는 것이 몇가지 있다.
머리를 기르는 것은 좋아하는데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는
말꼬랑지 스타일엔 적응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머리는 길지만 절대로 뒤로 묶지 않는다.
또 남자가 목걸이와 귀걸이하는 것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음악 분야에선 랩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여전히 rock만 좋아한다.
목걸이는 내가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의 하나이다.
겉으로는 못걸고 속으로 걸었다.
그러다 토요일날 사람들 만났을 때,
중간에 슬쩍 바깥으로 꺼내놓았다.
딸이 준 선물을 자랑하고 싶은 걸 보니
내가 많이 늙긴 늙은 것 같다.
사람들이 모두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었다.
기분좋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2월 25일

10 thoughts on “산타의 선물

  1. 이제 웃통을 벗어젖히는 여름을 손꼽아 기둘리시면 됩니다.
    기왕이면 가슴팍에 ‘from 산타?’라는 스티커 문신도 하시기 바랍니다.ㅎㅎㅎ

    1. 적응할 수 있을려나 모르겠습니다.
      아빠랑 같이 다니려면 옷차림새 맞추기 힘들다고 투덜대더니 목걸이로 일단 제 패션을 좀 바꾸어 보려나 봅니다.

  2. 오… 따님이 아버지를 흐믓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했군요.
    좋으시겠어요. 전 언제 자식 키우는 맛을 보며 살아갈지..
    저도 얼마전에 크리스마스 인형이랑 기타등등 사서 집에 보냈는데,
    엄마가 좋아하시더군요.

    저도 자식들 생기면 동원님 가족 처럼 화목하고 서로 아껴주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항상 행복하시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1. 아이 키우는 얘기가 참 남들에게도 재미난 듯 싶어요. 프랑스에 사시는 똑똑님 블로그도 그런 재미를 주는 곳의 하나이구요. 아이 키우는게 만만하지는 않은지 자주 올라오지는 않더군요. 제 주변 사람으로는 실님이라고 있는데 그 집도 아이들 얘기가 보통 이상의 즐거움을 주지요.
      정님도 아이가 생기면 아빠가 보고 기록한 아이 일기로 우리에게 그 즐거움 꼭 나누어주세요. 옛날엔 블로그라는게 없어서 그때의 얘기들을 남겨두지 못한게 많이 아쉬워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가급적 국내에서 좋은 자리 마련하시길 빌께요. <-- 요건 제 욕심 때문에... 후후. 가끔 마주앉아 술한잔하고 싶어서리.

  3. 자아, 멋드러진 따님의 선물을 공개하셨으니…
    화들짝 놀라신 표정, 실물 착용의 모습을 함께 공개하시라
    고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행복하시라고 말씀드리려고 했더니,
    이 동네는 행복이 철철 넘쳐흐르는 샘물이군요.
    뿌스레기라도 좀 얻어가야 겠습니다. ioi~

    1. 그냥 옆에만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잘 컸다고 생각하니 대견하긴 하더군요. 사실 가족이 작은 것을 서로 나누는 것만큼 피부에 실감이 되는 행복도 없지요. 하지만 사실은 갈등도 많답니다. 갈등과 다툼도 삶의 일부려니 받아들이고 있어요.

  4. 귀엽고 사랑스러운 산타였군요.
    아이들은 클수록 부모에게 산타가 되어가는 모양이에요.
    저의 집 큰아이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멋진 산타가 되어 돌아 오더군요.
    나이가들수록 삶은 보링하지만 커가는 자식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는 것 같아요.
    늙는다는 것, 어떻게 늙어야 하는가, 12월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요즈음 그 문제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5. 우와~ secret santa 등장이군요!
    전 음악은 발라드나 CCM만 듣다보니 빠른 노래에 적응이 안됩니다. ^^;
    랩은 더더욱이요.

    따뜻한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산타의 선물에
    적잖게 감동하셨겠어요 ^^

    1. 요즘은 아이랑 얘기하는 것도 큰 재미 중의 하나예요.
      대화가 좀 깊어지니까 아주 재미있어요.
      미모에 너무 신경쓰는 것 같아 그건 좀 마음에 안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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