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춘향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월 6일 지하철 8호선 잠실역


친구들 만나 술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2호선 잠실역에서 내려
8호선으로 갈아타러 가는 길에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Deep Purple의 April이 흐른다.
열차가 잠실을 떠나
몽촌토성역을 지나고
천호역에 도착할 때까지
4월이 함께 흘렀다.
비가 흩뿌리고,
계곡은 고통으로 차 있는 달,
하늘은 잿빛이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이유도 없이 울음이 나오는 달.
4월이 그렇게 흘렀다.
천호역에 도착했더니
큐빅이 춘향이 내보내(오! 춘향)
날 마중해준다.
그렇게 음악을 갈아끼우며,
4월을 거쳐
춘향과 춤추며
집으로 돌아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월 6일 지하철 8호선 천호역

6 thoughts on “4월과 춘향

  1. 4월이 아무리 잔인하다고 해도 춘향이만 있으면 춤춘다는 뜻인가요?
    몽룡이가 알면 섭섭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다가올 4월은 정말 잔인할 것 같은데 저도 춘향이를 찾아야겠습니다.

  2. 4월을 처음 느낀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 아닌가 싶어요.
    3월의 바람과 4월의 바람이 완연하게 달라져 있던 그 느낌…
    음악실이 있던 4층으로 오르다가 무작정 옥상에서 4월의 바람에 취해 수업도 빼먹던 시절이 아득하게 떠오르네요.
    아직 엄동의 겨울이건만, 4월을 기다리며 옷깃을 여미어 봅니다.

    1. 언젠가 4월에 여행중이었는데 이 곡이 흐르고 있었죠. 마치 여행의 배경 음악 같았습니다.
      April은 제가 특히 좋아해요. 전반부의 클래식한 연주 부분은 4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고… 후반부의 rock 부분은 그 4월의 슬픔 같아서 둘이 너무 대비를 잘 이루거든요. 이 곡이 수록된 레코드판이 제가 대학다닐 때 나왔는데 청계천에서 그걸 사갖고 들어와서 수도없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3. 어제 슈퍼 다녀 오면서 신호등 기다리는데..
    April이란 이름의 영어 학원 차가 지나 가더라고요..
    버스 안엔 화사하게 꽃들이 웃고 있었지요
    와이 저 영어학원은 많은 이름 중에 저 이름을 지었을까 궁금 했어요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데…
    어머니가 4월 첫 날 돌아 가셔서 정말 엘리어트의 말에 동감이 가더라고요
    하늘은 잿빛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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