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를 확인해 봤더니
2004년 8월 25일이었다.
원래 월말쯤엔 일이오게 마련이지만
그때는 아직 일이 오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멀리는 못가고 집에서 가까운 양수리의 수종사를 처음 찾았었다.
수종사는 거의 산꼭대기 가까이 자리잡은 절이지만
절의 턱밑까지 아득바득 차를 몰고 올라갈 수 있는 절이기도 하다.
올라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면
어김없이 타이어에게 탄내가 나곤 한다.
이 한겨울에 한여름의 수종사로 다시 가본다.
주차장에서 내린 뒤 조금 걸어올라가야 한다.
가다보면 산으로 올라가는 길과 절로 가는 길이 갈리며
약수터도 하나 있다.
약수는 부실한 편이어서 가물 때는 물이 나오질 않는다.
보통은 절로 들어가야 부처님을 만나지만
수종사에선 부처님이 절앞까지 나와 사람들을 맞아준다.
몇 걸음 옮겨놓지 않아 저 멀리 숲 속에서 부처님이 보이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길에 나뭇가지 사이로 언듯 수종사가 엿보인다.
산 아래쪽 길은 양수리에서 대성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밤에 지나다 보면 절에서 새어나온 빛이
까만 산의 중턱쯤에서 하얗게 보이곤 한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이는 두물머리 풍경.
이 풍경 때문에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두물머리에 떠 있는 섬 가까이
시선을 들이밀어 본다.
언젠가 버스타고 백담사 갈 때
차창으로 지나치면서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던 섬이다.
이번에는 그 버스를 타고 갔던 길까지 함께 사진에 담았다.
스님 두 분이 대화를 나눈다.
스님들의 대화는 잔잔하다.
절의 꽃들은 말이 없었다.
조용히 해달라는 스님들의 부탁으로 인하여.
꽃들은 스님들의 부탁을 잘 들어주지만
사람들은 잘 들어주질 않는다.
원래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절이어서
사람들의 출입을 금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궁핍이란 절에서도 견디기가 어려운 것이었던지
양평군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대신
사람들에게 절문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풍광좋은 절을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지만
스님들에겐 아무래도 수행에 많은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대웅전.
대웅전도 각 절마다 특색이 있을텐데
아직 그 정도는 구별을 못하고 있다.
아래쪽에 뭐가 있나?
지붕의 물매를 타고 잠시 아래쪽을 궁금해 해본다.
수종사의 찻집.
밤이 되면 천정에서 빛이 쏟아질 것이다.
차는 무료로 준다.
물론 차마시고 시주하는 것도 말리지 않는다.
활짝 열어두었으니 언제라도 들어와요.
뒷문을 열어놓았으니 언제라도 나가도 되요.
구속을 훌훌 털어버려요.
바람처럼.
처음엔 이 사진에 “인연의 끈”이란 제목을 달아 사람들에게 내놓았다.
그랬더니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어, 나이롱 인연이네.”
그러고 보니 끈이 나이롱이다.
나의 뒤를 따르라.
그찮아도 뒤밖에 안보이네, 뭐.
절은 용들의 거처이기도 하다.
머리만 내밀고 있으니 절에 들면 용의 몸에 드는 것이다.
댕~.
종소리 울리면 그때마다 종소리를 타고 절을 빠져나와
산을 한바퀴 돌고 다시 절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부처님이 타고 다니시는 영물이리라.
6 thoughts on “어느 해 여름의 운길산 수종사”
어쩌다 절에 갈 일이 있으면 방해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묵언수행이라는 알림판을 보면 그 앞에 가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싶더군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절에 가서도 속세의 때를 눈곱만큼도 벗질 못하나 봅니다.
하긴 잠시 스쳐면서 득도를 바라는 날강도 심보지만 서도요.
이게 다 나이롱 인연때문이라는 핑계를 댑니다.
떠들면 큰스님께 혼나요. ㅋ
저도 수종사에 산사라는 표현을 쓰고 싶네요.
동원님께서 2004년에 알고 계셨던 그 산사를
저는 2008년에서야 다녀왔네요.
제가 모르는 우리 나라의 좋은 곳들 정말 많겠죠.
멀리에서만 찾지말고 가까운 곳을 다니는 습관을 들여야 겠어요.
수종사가 재정때문에 어쩔수 없이 개방했다는 말씀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잠시 다니러 가는 우리는 좀 더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겠어요.
가끔 학생들이 단체로 오는 모양인데 그때 좀 시끄러운가봐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몰리면 시끄러울 수밖에요.
절 아래쪽으로 동국대 연습림이 있는데 여기도 도보여행길로 좋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덕소역에서 출발하면 15km 정도된다니까 한번 걸어볼만 할 거 같아요. 언제 한번 가보려구요.
‘절’이라는 표현보다는 ‘산사’라는 단어가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젊었을 적에는 청평사라는 곳을 참 좋아했었어요.
경춘선을 타고 춘천에 내려서 안개속을 헤매다가 배를 타고 청평사로 향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참으로 소박하고 작은 산사가 아니었던가…
수종사의 산사 풍경에 오래 머물러 봅니다.
산사라는 말은 특히 수종사에 잘 어울리네요.
절이 아담하거든요.
청평사는 저도 세번 정도 가봤어요.
배로 가지 않고 차를 몰고 고개를 넘어 가는 길도 있는데
한번은 그렇게 가보고 싶어요.
청평사는 수종사에 비하면 엄청 큰 절인데
그래도 다른 큰 절을 생각하면
산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여기 블로그에 청평사에 관한 얘기가 두 개 있어요.
http://blog.kdongwon.com/164
http://blog.kdongwon.com/723
2년에 한번꼴로 청평사를 가고 있더군요.
올해는 봄에 꽃필 때 한번 가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