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멀리서 그대를 기다리겠어요.
어디냐 하면 양양의 남대천이예요.
양양은 동해 바다의 속초와 주문진 사이에 있어요.
남대천은 물론 양양에 있구요,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개천이예요.
아마 남대천으로 오려면 그대는 한계령을 넘어야 할 거예요.
구룡령이나 조침령이란 고개도 있긴 한데 그건 찾기가 좀 어려워요.
가장 수월하기로는 한계령이지만
어렵게 물어 구룡령이나 조침령을 넘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제 경험에 의하면 숨을 몰아쉬며 험난한 난코스를 통하여 올라간 산은
쉽게 올라간 코스의 산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거든요.
다 같은 곳 같아도
밟아간 길에 따라 도착한 곳이 서로 상이한 곳이 된다고나 할까요.
어쨌거나 그대는 내가 말한 그 어느 고개를 넘든
양양의 남대천으로 오게 될 거예요.
때를 잘 맞춰 시간이 오후 네 시쯤으로 들어설 때 남대천에 도착했다면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우선 난 그대가 오는 남대천의 길목에
낮달을 걸어두겠어요.
그대가 올 시간이 저녁쯤이라고 미리 언질을 받았는데도
저녁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마중나간 내 마음이예요.
하늘에 구름도 띄워두겠어요.
내 마음은 아마 구름처럼 붕 떠 있을 거예요.
천변의 마른 갈대 또한 그대를 반기면서 몸을 떨 거예요.
그대는 양양의 남대천, 그 곳으로 들어오는 순간 알게 될 거예요.
그대가 내 기다림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는 것을.
5 thoughts on “낮달과 구름, 그리고 갈대”
반달만 낮에 나오는 건 아니네요.
하긴 사연 없는 모습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곳에 가면 아직도 그 마음이 걸려있을 것 같네요.
양양의 남대천은 이상하게 갈 때마다 좋은 사진을 건졌어요.
바다와 맞닿은 개천이라 그런지 느낌이 아주 좋은데다가 매번 한계령을 넘어가니까 그것도 한몫하는 거 같아요.
제 고향을 저보다 자주 가십니다.
아무래도 영월에서 시내버스를 바꿔타고 마차로 들어가실 것 같은데… 마차 전에 문곡 삼거리란 곳을 지나게 됩니다. 그곳이 제 고향이랍니다. 예전엔 제 이름만 대면 마을 사람들과 아는 척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도시 만큼이나 시골도 변화가 큰 것 같아요. 이번에도 잘 다녀오시길.
한달음에 남대천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왕 갈 거라면 흔한 한계령은 택하지 않을 것 같아요. 구룡령이나 조침령을 올라 그대가 걸어 놓은 낮달을 보기 위해 오후 4시에 맞추어서 그곳에 도착하겠어요. 혹 늦어져 하늘 위의 낮달과 구름이 떠났어도 천변의 마른 갈대를 보며 그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거에요.
분명 사과나무님의 그대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